美 기업, 中國과 디커플링 서둘러야
미국 상무부는 최근 미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블랙리스트 목록에 중국 기업 11곳을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미 정부는 이들 11개 기업이 신장위구르자치구의 강제 노동과 인권 침해에 관여했다고 비난했다. 미국의 대중(對中) 강경 기조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구 기업들은 회사의 공급사슬이 이런 갈등에 휘말리지 않도록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신규 제재 대상에 포함된 중국 기업 중 하나인 의류업체 창지에스켈섬유는 토미힐피거, 휴고보스, 랄프로렌 등의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창지에스켈섬유는 신장 지역에서 위구르인을 강제 노동시켰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신규 제재 대상에는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의 지난해 공급업체 명단에 들어 있는 회사도 다수 있다. 애플과 토미힐피거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의류 기업 PVH는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인권 탄압에 책임이 있는 중국 당국자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한 ‘2020년 위구르 인권정책법’에도 서명했다.

제재대상 中기업, 美와 연관

미·중 관계는 올 들어 급속도로 악화됐다. 중국 정부가 이달 초 홍콩에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고 홍콩 자치를 대폭 축소시킨 이후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미국 기업들에도 미 정부의 경고가 여러 차례 있었다. 7월 초순 미 상무부와 재무부, 국토안보부, 국무부 등은 공동으로 인권 침해에 연루된 중국 기업과 거래하는 미 기업이 법적 리스크나 사회적 평판과 연관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강조했다.

올초에는 호주 전략정책연구소(ASPI) 보고서에서 다수의 중국 기업이 강제 노동에 관여한 혐의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블랙리스트에 오른 11개 회사도 대부분 그런 기업에 속해 있다.

이 밖에도 중국 기업과의 거래 및 투자에서 주의해야 할 게 있다. 미국의 수출 블랙리스트에 이미 포함돼 있는 감시카메라 기기 기업 항저우HK비전은 홍콩 증권거래소와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를 잇는 ‘스톡 커넥트’를 활용해 성장한 기업이다. 이 회사의 주식 5.9%는 이 커넥트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도덕상의 문제를 일단 제쳐두더라도 법적 문제가 되기 전에 그런 투자 익스포저(위험 노출)를 배제하는 것은 이 시점에서 중요하다. 새로운 공급망을 찾거나 중국 이외의 국가로 설비를 이전하는 것, 주식을 매각하는 것 등이 현재 국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길이다. 제품의 재고 처리에 나서거나 긴급 공급처를 찾는 것은 오히려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새 공급망 확보·설비이전 나서야

미국 정부와 중국 정부 간 경제 디커플링(탈동조화),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고려할 수 있는 서구 투자자·기업과 중국 기업 간 디커플링은 다양한 분야에서 속도감 있게 이뤄질 것이다. 중국으로의 기술 이전은 적어도 2018년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큰 우려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침해 문제에 연루된 기업들이 더 큰 우려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소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 변화가 지금 몇 개월 정도의 단기간에 일어나고 있다. 서구, 특히 미국의 투자자와 기업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먼저 벗어나는 게 좋을 것 같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마이크 버드 WSJ 칼럼니스트가 쓴 ‘Companies Must Move Faster to Avoid the Unfurling Commercial Cold War’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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