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산운용사가 법무부 장관의 노골적인 ‘공격 목표’가 돼 계획했던 주택 임대사업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했다. 서울 강남 아파트 한 동을 매입해 임대사업을 펼치려던 이지스자산운용은 그제 이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뜬금없이 “금융과 부동산을 분리하자”는 ‘금부분리론’을 꺼내들며 이지스운용의 아파트 매입을 금융자본의 시장 교란 대표 사례로 지목해 맹공을 퍼부었다.

법무부 장관이 개별 기업의 투자행위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서슬 퍼런 장관의 ‘저격’에 그대로 사업을 감행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 이게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부동산 투기를 막는 것과 직접 상관없는 법무부 장관이 아파트에 투자한 자산운용사를 집값 급등의 주범으로 몰아 사업을 좌초시킨 것이다.

이지스운용이 매도인과 매매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은 지난해 12·16 대책 등의 여파로 시장이 안정됐던 지난 3월이었다. 일정이 늦어지면서 잔금만 부동산 급등기인 6월에 치렀을 뿐이다. 시점상 강남 집값 급등 원인을 제공했다거나, 시장 흐름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금융·부동산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도리어 추 장관이 개입하는 바람에 질 좋은 임대주택 공급 기회가 날아가고, 민간 자본의 도심 재정비사업 진출만 위축되게 생겼다.

정작 부동산 정책 주무장관은 현실과 동떨어진 데이터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문재인 정부의 집값 상승률은 11%”라고 답했다. 한국감정원 주택가격동향조사상 2017년 5월부터 4년간 ‘서울 전체 주택’의 평균 상승률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주거환경이 열악한 다가구·다세대주택 등을 합친 ‘평균’이다. 질 좋은 아파트에 살기 원하는 국민의 체감현실과 너무도 거리가 멀다는 것을 김 장관이 모를 리 없다. 알고도 이런 숫자를 고집했다면 정책 실패를 감추려는 ‘통계분식’이고, 설마 몰랐다면 주무장관으로서 자격미달이라고 할 만하다.

가뜩이나 정부의 전문성 부족과 당·정·청의 ‘부동산 난맥’으로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추락하고, 스트레스만 커진 터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를 수습해야 할 장관들은 도리어 혼란만 키우고 법무부 장관은 난데없이 일개 자산운용사의 투자행위를 가로막고 나섰다. 왜 이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22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도 시장 불안을 잡기는커녕 집값 급등만 부추기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