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가 지난달 전격 입법예고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부작용을 신중히 검토해 달라는 호소를 담은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한국에만 있는 과잉규제로 점철돼 있다’며 두 법안 모두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건의문에서 재계는 입법예고안대로 통과되면 해외투기자본에 멍석을 깔아주고 수많은 일자리가 파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타당한 지적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지주사들이 자회사·손자회사 지분 확보에 투입해야 할 자금규모만 30조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자금으로 투자에 나설 경우 만들 수 있는 일자리가 24만4000여 개에 이른다. 이런저런 계산을 떠나서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규제는 외국에서 찾아볼 수 없다.

‘신규지정 기업집단’의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도 마찬가지다.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구미에서는 순환출자가 허용된다. 아시아에서도 일본 도요타, 인도 타타 등이 순환출자·상호출자로 그룹을 지배한다. 해외계열사의 국내 출자 현황과 총수 일가의 해외계열사 출자현황 공시도 유사한 해외 입법례가 없다. 가격·입찰 담합 등 경성담합에 대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한 조항 역시 남소 우려는 물론이고, 관세 국세의 경우 전문성을 갖춘 기관에 전속고발권을 부여하는 것과 형평에 맞지 않는다.

상법개정안에도 독소조항이 가득하다. 정부는 ‘소수주주권 보호’의 필요성을 말하지만 수혜는 해외 투기펀드의 몫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3%룰’에 묶여 의결권을 제한받는 국내 대주주의 방어권을 무력화시키고 ‘지분 쪼개기’로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뿐이다. 모회사 ‘1% 주주’의 자회사 이사에 대한 책임추궁을 허용하는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주주의 주주권 침해를 통해 주식회사제도의 근간을 훼손한다. 대기업의 신사업 투자는 자회사 설립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면 SK바이오팜 같은 성공사례가 다시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상법·공정법 개정안은 과잉규제라는 전문가와 현장 기업인들의 거센 비판에 밀려 20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된 법안들이다. 그런데도 단독 과반을 확보했다고 해서 여당이 “빠르게 처리하겠다”(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고 밀어붙이는 것은 반칙이다. ‘경제학 족보’에도 없는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이다 양극화와 저성장을 심화시키고 만 심각한 실패를 반복하는 일이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국난 극복’을 말하면서 그 주역인 기업의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채우는 우매함을 반복할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