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봉
조성봉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둘러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기소여부가 조만간 결론이 난다. 그동안의 과정을 정리하면 복잡한 대하소설 스토리 라인처럼 느껴진다.

2018년 11월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검찰에 고발했다. 2019년 5월과 7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의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는 등 사기적 부정거래나 회계분식 혐의에 대해 구속된 피의자도 없었다. 그동안 검찰은 구속의 필요성을 소명하지 못한 셈이다. 지난달에는 이 부회장이 대검찰청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검찰은 이와는 별개로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했으나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한편, 수사심의위 소집여부를 결정하는 대검의 부의심의위는 위원 과반 찬성으로 수사심의위 개최를 결정했다. 그후 열린 수사심의위에서는 검찰이 선정한 심의위원 150명 이상 가운데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된 15명의 수사심의위원 중 14명이 참석했고 이 중 위원장 직무대행을 제외한 13명이 투표를 해 10 대 3의 결과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검찰에 권고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심의위 위원장인 양창수 전 대법관은 공동 피의자인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의 친구라는 이유로 스스로 회피를 신청해 수사심의위는 위원장 직무대행이 진행했다. 수사심의위의 인적 구성은 진보·보수 성향을 넘어 법과 회계 등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로서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됐으므로 편향성을 제기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모든 복잡한 절차를 거치면서도 검찰이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의 배경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형성돼 있는 재벌 오너에 대한 문제의식, 특히 우리나라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에 대한 패러노이드(paranoid·편집증)가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재벌은 정부 정책에 따른 반응자일 수밖에 없었다. 경제개발기에 수출을 장려하면 수출을 했고, 정부의 경제개발에 협조해 살아남고,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재벌로 성장했다. 그러나 정부가 자본시장 육성을 위해 주식회사로 상장하라고 해서 억지로 상장을 했고 그 결과 작은 지분으로 엄청난 자산을 소유하게 됐다. 대기업 오너가 얼마 되지 않는 지분으로 재벌을 소유한다는 것은 정부가 상장하라고 강권해서 나타난 결과다.

이런 과정에서도 우리 대기업 집단은 이병철, 정주영, 구인회, 최종현 등 1세대 창업자와 이들을 이은 이건희, 정몽구, 구자경, 최태원 등 2세 그룹 그리고 이들과 함께한 전문경영인과 근로자, 그리고 수많은 협력업체와 중소기업의 도움으로 우리 경제를 선진국형으로 이끈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재벌도 법에 따라 잘못했으면 그에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의심이나 의혹, 나아가서는 필요 이상의 패러노이드가 법적 처벌로 귀결돼서는 안 된다. 법에 정해진 바에 따라야 한다. 국민들이 검찰의 ‘부의심의위’나 ‘수사심의위’와 같은 복잡한 절차와 위원회 이름을 알고 이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결국 이 모두는 검찰이 결정을 내리기 위한 내부절차일 따름이며 그것도 자신들이 정한 절차일 뿐이다.

그동안 압수수색 50여 회, 110여 명에 대해 430번이 넘는 소환조사 등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졌다. 수사심의위에 참여한 위원 대부분이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제 우리는 ‘삼성 패러노이드’를 넘어설 때가 됐다. 있는 그대로 보고, 법대로 할 때다. 법이 정한 것 이상으로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라는 스토리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유추해석을 전제로 지금과 같이 기소방향을 정하고 도를 넘는 집요한 수사를 강행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기본 원칙을 넘어서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