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복합쇼핑몰도 영업 규제하겠다니…
“대형마트 일요일 의무휴업을 폐지하라.” “곧 있으면 인터넷 쇼핑 격주 규제 법안도 나올까 무섭다.” 지난달 나간 <대형마트 이탈자 절반, 네이버로 갔다>(본지 6월 15일자 A1, 3면)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결제가 이뤄진 온라인 쇼핑 서비스 업체는 네이버(20조9249억원)였다. 국내 유통 1위인 롯데쇼핑의 매출(23조6840억원)에 육박할 정도다. 네이버 쇼핑이 이처럼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 기존 유통 거인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뜻밖의 댓글이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2012년 도입됐다. 마트의 성장세가 정점을 찍은 때였다. 전통시장 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8년이 지난 지금 전통시장은 살아났을까. 그렇지 않다. 대형마트를 떠난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으로 가지 않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하는 ‘소상공인 시장 경기동향 조사’에 따르면 전통시장 체감 경기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대형마트는 어떨까. 최근 경기 고양시에 있는 롯데 빅마켓 킨텍스점엔 ‘7월 31일 영업을 종료한다’는 문구의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롯데쇼핑은 적자폭이 커지자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운영 중인 700여 개 매장 가운데 200여 곳의 문을 닫기로 했다. 홈플러스도 매장을 팔려고 하고 있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해외 대형마트, 백화점도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쇼핑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영국 런던에 있는 웨스트필드 백화점은 장사가 잘 안 되자 일부 공간을 공유오피스로 채우기로 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랜 194년 역사를 지닌 백화점 로드앤테일러도 매장을 축소하면서 일부를 위워크에 팔았다. ‘구경제’가 ‘신경제’로 바뀌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시대착오적이다. 8년 전에 도입한, 그리고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 이 규제를 최근 국회가 확대하겠다고 나섰다. 21대 국회 개원에 맞춰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엔 스타필드 등 복합쇼핑몰, 백화점, 아울렛, 면세점도 한 달에 두 번 문을 닫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는 네이버쇼핑을 비롯해 쿠팡, SSG닷컴 등 온라인 쇼핑몰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젠 더 이상 탈 수 없게 된 ‘타다’를 운영했던 VCNC의 박재욱 대표를 2018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두 장의 사진을 보여줬다. 1900년 미국 뉴욕 거리의 사진과 1913년 같은 곳을 찍은 사진이었다. 첫 번째 사진엔 마차만 보였다. 자동차는 단 한 대에 불과했다. 두 번째 사진에선 자동차만 있었다. 마차는 단 한 대였다. 운송수단으로 자동차가 마차를 완벽히 대체하는 데 13년밖에 안 걸렸다. 13년 동안 대부분 마부는 일자리를 잃었고, 관련 산업은 급속도로 몰락했다. 비록 타다는 규제에 막혀 탈 수 없게 됐지만, ‘미래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자율주행차에 베팅하고 있다. 다음다음 세대로 곧장 옮겨 갔다.

전통시장에서 대형마트로, 대형마트에서 온라인 쇼핑으로 소비 행태가 바뀌는 것은 시대적인 흐름이다. 8년 전 프레임을 짠 낡은 규제로 단기 표심을 살 수 있을지 몰라도, 거대한 변화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규제로 이연된 구경제에 가해지는 충격은 부메랑처럼 돌아와 더 큰 충격을 가할 것이다. 정부는 구경제가 신경제로 바뀌는 과정에서 그 충격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통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추진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