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현의 논점과 관점] '反헌법'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요즘 어느 모임에 나가도 부동산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대학 선후배와의 최근 만남도 마찬가지였다. 이런저런 대화가 오가던 중 변호사 후배가 흥미로운 얘기를 꺼냈다. 그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반포 아파트 지키기’가 공분을 일으켰을 때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비판에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고 했다.

“재산처분권은 헌법에 보장됐는데, 공무원은 집 한 채만 남기고 팔라는 게 정상이냐”는 게 주 대표의 지적이었다. 후배는 “주 대표 얘기가 당연한 것인데, 법을 다루는 내가 언젠가부터 ‘공무원은 두 채 이상 소유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하도 반(反)헌법적 정책들이 쏟아지니 역치가 높아진 것 같아요.”

'비정상'이 사소하게 느껴져

역치는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 자극 수준’이다. 자극을 계속 받으면 역치가 올라가 더 큰 자극을 주기 전에는 느끼지 못한다. ‘정책 위헌성에 대해 감각의 순응 상태에 빠진 것 아닌가’하는 후배의 우려는 22번의 대책을 되돌아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지난해 ‘시가 15억원 이상 주택에 담보대출 금지’가 담긴 12·16 대책이 발표됐을 때 국민이 받은 충격은 컸다. 사유재산권을 보장한 헌법 조항(23조1항)에 반할 가능성이 높은 내용이 불쑥 포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센 자극이 잇따르다 보니 15억원 이상 주택 대출 금지는 어느새 별거 아닌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6·17 대책에서는 서울 강남 일부 지역에 주택거래허가제가 도입됐고, 거대 여당은 곧 열릴 임시국회에서 ‘임대차 보호 3법’을 통과시켜 13조2항이 금지한 ‘소급적용’까지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부·여당은 ‘재산권 행사는 공공복리에 부합해야 한다’는 23조2항과 옛 법에서 시작돼 여전히 진행 중인 상태에 개입하는 ‘부진정 소급입법’을 들어 위헌 논란을 일축할 태세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조차 주택거래허가제가 위헌 가능성이 커 실행에 옮기지 못한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심 돌리려면 궤도수정해야

부동산 문제만이 아니다. ‘국회의원은 표결에 대해 국회 외에서 책임지지 않는다’(45조)는 조항이 있음에도 여당은 금태섭 전 의원이 당론에 반해 공수처법에 기권했다며 버젓이 징계했다. 공수처법 자체가 위헌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데도 그랬다. “공수처를 국무총리나 행정 각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기관으로 둬 ‘기구적 정당성’을, 공수처가 권력남용이나 부당한 업무수행 시 통제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가 없어 ‘실질적 민주적 정당성’을 결여했다”(이완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과감함은 진보색이 짙어진 헌법재판소와 4·15 총선 압승에 기댄 것일 터다. 정책에 대한 국민의 순응도도 높아졌으니 거리낄 게 없을 법도 하다. 그러나 역치는 무한정 올라가지 않는다. 자극이 선을 넘으면 대상은 반응한다. 지금이 정책 위헌성의 강도가 국민의 높아진 역치를 넘어설 지경에 이른 시점이란 사실은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수행 평가에 대한 긍정 응답 비율은 5월 첫째 주 71%에서 7월 둘째 주 47%로 추락했다. 부동산 정책이 ‘직격탄’을 날렸다.

2004년 당시 집권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은 17대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했다. 이후 승리에 취해 국가보안법 등 소위 4대 개혁입법에 집착하다가 지지율이 급락했다. 결과는 보수로의 정권 교체였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자 오만일 것이다. 위헌적 정책이 인내의 임계점을 넘어서면 국민의 선택은 예상 밖으로 파괴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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