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영웅을 대하는 방식

미국의 ‘전쟁 영웅’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당)의 장례식이 열린 2018년 9월 1일 워싱턴DC 국립대성당. 그와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맞붙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조사(弔詞)에서 “매케인은 한마디로 ‘용기와 품격의 결합’”이라며 깊이 애도했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대선 경쟁자이던 그를 진심으로 추모하며 감동적인 ‘통합의 현장’을 보여줬다.

반면에 매케인의 베트남전 포로 전력을 빌미로 영웅 대접을 할 수 없다고 조롱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장례식장에 없었다. 오히려 ‘죽은 매케인’을 저격하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의 비판까지 받았다.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조국을 지킨 영웅을 흠집내는 대통령의 언행은 국민으로부터도 외면 받았다.

미국은 목숨을 걸고 국가에 헌신한 영웅에게 최고의 대우로 보답한다. 다른 나라 전쟁영웅까지 예우한다. 미국은 6·25 정전협정 체결 50주년을 계기로 ‘한국전쟁 기념사업’을 하면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과 매슈 리지웨이 극동연합군사령관, 백선엽 육군 대장, 김동석 첩보부대장을 6·25 전쟁 4대 영웅으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김동석 부대장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숨은 공로자다. 백범 김구의 경호원을 지낸 그는 중대 병력으로 북한군 15사단을 궤멸시켜 전 장병 1계급 특진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미국은 매년 김동석의 날(12월 16일)을 지정해 그를 기리고 있다.

백선엽 장군도 미국에서 더 추앙받는 영웅이다. 다부동 전투에서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라며 결사항전한 그의 회고록을 미국 군사학교들은 수업 교재로 활용한다. 미 국립보병박물관에서는 백 장군의 육성을 틀어준다. 지난 11일 밤 그가 100세로 타계하자 전·현직 주한미군사령관들은 “미국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조지 워싱턴이 미군의 아버지라면 백선엽 장군은 한국군의 아버지”라며 애석해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김동석 부대장의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는다. 백선엽 장군은 광복 전 만주 간도특설대 복무 이력 때문에 친일파 논란에 휩싸였다. 그가 특설대에 들어간 1943년에는 이미 공산주의 계열의 항일운동 단체가 연해주로 망명한 뒤였고, 그는 중국 팔로군과 싸웠다. 결국 ‘100세 영웅’의 죽음에 대해 청와대 대신 미국 백악관이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전쟁 영웅을 대하는 양국 정부의 서로 다른 태도를 해외 언론은 “기이한 일”이라고 표현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