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발표한 22번째 부동산 대책도 예상대로 ‘세금폭탄 3종 세트’로 구성된 규제 일변도였다. 집을 사고(취득세), 보유하고(종합부동산세), 파는(양도소득세) 모든 단계에서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세율을 대폭 올리는 방안이 핵심이다. 다만 공급확대 방안으로 3기 신도시 사전청약 확대 외에 서울 도심 택지 발굴이 추가된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매물잠김과 전세대란이 우려되는데도 정부가 끝내 세금폭탄을 투하해 헌법에도 명시된 ‘국민 주거안정’을 도모하기보다는 ‘부자 때리기’를 통한 정치공학에 더 신경 쓰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한국의 부동산 관련 세부담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2주택 이상 소유자들에게 적용되는 종부세율과 취득세율을 지금보다 2배 안팎 올리기로 했다. 특히 당·정 고위 인사들이 ‘싱가포르 모델’을 언급해 주목됐던 취득세 인상률은 3주택 이상인 경우 싱가포르와 비슷한 12%를 적용하기로 했다. 싱가포르에선 주택을 3년 이상 보유했다가 팔 때는 다주택자라도 양도세를 내지 않는 사실은 무시된 것이다. 양도세의 경우 3주택 이상 보유자가 규제지역 내 주택을 팔 때 적용되는 최고세율이 72%(주민세 포함 79.2%)까지 적용된다.

이런 세금폭탄이 집값 안정에 별 효과가 없고, 전·월세값에 전가돼 무주택 서민의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게 이전 스물한 번의 대책에서 경험한 바다. 정부가 세부담을 높일수록 다주택자는 집을 팔아 양도세를 내기보다 자식에게 증여하는 ‘합리적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과세표준 30억원 초과 시 최고세율 50%인 증여세를 내고 물려주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대전 아파트를 파는 대신 아들에게 증여한 뒤 월세를 내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부담부 증여가 그런 사례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여당이 임대차 3법까지 강행하면 다주택자가 매도 대신 증여, 전세계약 갱신 대신 직접거주를 택하는 경향은 더 강해질 것이다.

전셋값이 54주 연속 상승하면서 중개업소에는 “웃돈을 주더라도 들어가겠다”는 대기자들이 줄을 서는 형편이다. 어제 발표된 갤럽 조사에선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 이유로 부동산 정책(25%)이 가장 많이 꼽혔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세입자들은 외곽으로 밀려나지 않을까 걱정이 커진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됐을 때 먼저 피해를 입었던 게 임시직, 아르바이트 같은 ‘노동약자’였듯이, 부동산시장에서 다주택자들을 징벌하는 대책이 가장 먼저 ‘주거약자’부터 때리고 있다. 이런 국민의 고통을 정부가 모를 리 없다. 그렇기에 “알면서도 외면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