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청와대 유튜브에 올린 3년 전 인터뷰 영상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조롱 대상으로 회자되고 있다. 취임 한 달 만에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8·2 대책’(2017년)을 뚝딱 만들어낸 뒤 자신만만하게 한 인터뷰였지만 이후 3년 동안 부동산시장은 주지하다시피 정반대로 움직였다.

인터뷰 영상은 ‘희망사항’을 ‘현실’로 오판하는 김 장관의 단견과 편견을 적나라하게 확인시켜 준다. “내년 4월까지 시간 드릴테니 (다주택자는) 집을 파시라”고 경고하며 집값 안정을 자신했지만, 당시 6억원 선이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금 9억원대로 50%가량 수직상승했다. “많은 사람이 내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 집이 없더라도 안정적인 주거환경에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던 장담도 실없는 빈말이 되고 말았다. 수많은 서민과 청년은 너무 올라버린 시세에 내집마련 꿈을 접고, 세입자들은 치솟는 전셋값에 집주인 눈치를 살피며 불안에 떠는 게 현실이다.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해 세제·금융혜택을 받으라”고 장려해놓고 이제와서는 ‘집값 급등의 주범’으로 몰아세우는 대목에선 할 말을 잃게 한다.

정책실패의 책임이 김 장관만의 몫은 아니다. 그런데도 유독 비난을 한몸에 받는 것은 잘못될 게 뻔히 보이는데도 3년 내내 경제학과 싸우듯 오기로 밀어붙인 행태 탓일 것이다. 8·2 대책이 나온 지 불과 한두 달 뒤부터 집값은 급반등을 시작했고, 이후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비슷한 흐름이 되풀이됐다. ‘분양가 상한제’를 언급하기 시작한 지난해 여름 무렵부터 집값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는 등 대책이 셀수록 시장의 내성과 반발도 강해지는 현상이 뚜렷했다. 지난달 21번째로 내놓은 6·17 대책에는 토지거래허가제까지 포함됐지만 집값은 쉴 새 없이 오름세다.

‘21타수 무안타’인 문재인 정부가 22번째 대책으로 더 강력한 ‘세금폭탄’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과 여론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김 장관이 또 나서는 것을 보니 더 오를 모양”이라는 반응이 나올 만큼 장관의 행보를 ‘인간 지표’로 받아들이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다. 진보좌파 진영에서조차 비판이 잇따른다. 노무현 정부 때 홍보수석을 지낸 열혈 진보인사까지 “인간의 이기심을 조화로운 보상구조로 디자인해 내는 게 정책이라는 기본적인 이해가 결여됐다”고 직격탄을 날리는 판국이다.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세금폭탄을 고집하다 부동산 세제를 누더기로 만들어 버렸다. 주택 양도소득세 계산이 수학올림피아드 수준이 돼 오죽하면 ‘양포(양도세 계산 포기) 세무사’가 속출하는 웃지 못할 현실이다. 이번에도 오기로 밀어붙인다면 부동산은 물론 침체된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집을 사지도, 팔지도, 전세 주지도 말라는 ‘막가파식 대책’에 국민만 더 고통받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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