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온라인 수업만 받는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은 이민당국의 새 조치 시행에 맞서 일시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냈다. 새 조치에 따르면 오는 가을학기에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학교에 다니는 비이민자(F-1 및 M-1 비자) 학생들은 미국에 머물 수 없고 신규 비자도 못 받게 된다. 하버드대와 MIT는 “이번 조치는 코로나19로 인한 유학생들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학생들의 수강 여건과 취업 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학에 대면수업 재개를 강요하려는 압박”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명문대들이 정부의 부당한 조치에 맞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그 자체로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로런스 배카우 하버드대 총장은 “우리 학교뿐 아니라 미국 대학에 다니는 모든 외국인 학생들이 추방 위협을 받지 않고 학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정부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위험이 있음에도 대학이 왜 존재하는지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조치가 내려졌다면 대학들이 어떻게 반응했을까. 정부의 12년째 등록금 동결조치로 재정이 악화돼도 대학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립대는 적립금을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등록금 반환을 위해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해도 대학 총장 중 누구 하나 반박하는 이가 없다.

대학이 정부 재정사업에 크게 의존하고 입시와 정원,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규제 앞에 숨죽여야 하는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관치의 폐해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는 점은 잘 알지만 그렇다고 대학이 모두 순치돼 침묵하면 자율은 물 건너간다. ‘학문과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이 정부의 부당한 간섭과 조치에 눈을 감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미국 대학들도 정부 예산을 지원받고 국가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그런데도 자율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이유는 정부에 할 말은 한다는 용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대학들도 스스로 깨어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