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글로벌 '수소경제' 각축전

‘나는 언젠가 물이 연료로 쓰일 날이 오리라고 믿네.(… ) 기선의 석탄창고나 기관차의 급탄차에 수소와 산소의 압축기체가 실리게 되겠지.’ 쥘 베른의 소설 《신비의 섬》(1874)에 나오는 구절이다. ‘공상과학소설의 선구자’ 베른의 상상력은 놀랍기만 하다. 그가 예언한 지 150년 만에 수소전기차가 상용화하고 수소경제시대가 본격 열리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KPMG는 2040년이면 세계 자동차 4대 중 1대가 수소전기차(3500만 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에서 얻은 전기로 가는 수소차는 배출가스를 전혀 내뿜지 않는 ‘완전한 친환경차’다.

수소경제는 수소전기차 보급은 물론, 수소의 생성·저장·인프라·이용에 이르는 모든 밸류체인을 포괄한다. 수소가 ‘산업의 혈액’으로 작용토록 만드는 것이다. 세계 시장 규모는 연간 2조5000억달러, 3000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수소경제 선점을 위한 글로벌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어제는 유럽연합(EU)이 ‘EU 수소전략’을 전격 발표했다. 올해 20억유로 규모의 EU 수소경제 시장을 2030년까지 1400억유로(약 190조원)로 육성키 위해 ‘수소연합’을 창설하고 국제수소시장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경쟁에선 한발 늦었지만 수소경제에선 미국 중국을 앞질러 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유럽 국가 중에는 독일이 가장 앞선다. ‘2050년 온실가스 배출 제로(0)’를 목표로 지난달 ‘국가 수소전략’을 발표했다. 90억유로(약 12조1000억원)를 투입하고, 수소 생산능력도 2040년까지 지금의 400배 규모인 10기가와트로 늘릴 계획이다. 이는 원전 10기의 에너지 생산량과 맞먹는다. 미국에선 수소차 성지로 떠오른 캘리포니아주가 적극적이다.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 대 보급을 목표로 충전인프라 1000개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에선 일반 가정에도 수소를 이용한 전력과 온수를 공급하는 시스템을 보급 중이다.

한국도 뒤지지 않는다. 2013년 세계 첫 수소전기차를 개발한 현대차가 또 한번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트럭(엑시언트) 양산에 들어갔다. 지난 6일 전남 광양항에서 스위스 수출용 10대를 선적했다. 엑시언트의 보조동력원인 배터리는 SK이노베이션 제품이다. 세계 ‘수소패권’을 향한 ‘배터리 동맹’에도 박수를 보낸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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