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각국 기술인력 확보전
젊은 인재들 판교로 몰린다는데…
'아시아 실리콘밸리' 도전해볼

박성완 편집국 부국장
[이슈 프리즘] '인재 클러스터' 판교에 대한 기대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지 여부는 전 세계 관심이다. 그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이 코로나바이러스와 더불어 곳곳에서 기존 질서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선거를 한다면? 트럼프의 승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모든 경합지역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앞서고 있다. 다만 트럼프가 싫어서지, 바이든이 좋아서 그를 지지하는 것은 아닌 유권자가 많다는 게 민주당의 고민이다.

트럼프 재선을 가장 걱정하는 곳 중 하나가 실리콘밸리다. 2016년 대선에서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는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압승했다. 자유분방하고 진보적 성향이 강한 곳이지만, 현실적 문제도 있다. 트럼프의 ‘반(反)이민 정책’은 외국인 IT(정보기술) 인력을 기반으로 성장한 실리콘밸리에 큰 부담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미국인을 더 고용해야 한다”며,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외국인 채용에 많이 활용한 ‘전문직 단기취업 비자(H-1B)’ 신규발급을 연말까지 중단시켰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반이민 조치가 계속될 전망이다.

물길을 막으면 다른 물길이 생기듯, 트럼프의 배타적 정책은 이웃나라 캐나다에 기회가 되고 있다. 캐나다는 몇 년 전만 해도 ‘두뇌유출(brain drain)’을 고민했다. 대학 졸업자들의 25~30%가량이 미국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트럼프 집권 후 이런 현상이 거의 사라졌다. 몇몇 도시는 실리콘밸리와 인재 유치 경쟁을 벌인다. 캐나다 토론토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과 시애틀에 이어 지난해 북미에서 세 번째로 기술관련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 도시다. ‘딥 러닝' 중심의 AI 메카로 불리는 토론토엔 IBM, 구글 등 미국 주요기업 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LG전자도 AI연구소를 두고 있다.

유럽도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는 “유럽 기술분야의 가장 큰 희망은 트럼프”라고 했다. 미국이 반이민 정책을 펴는 틈에 기술 인재를 유럽으로 끌어와야 상대적 열세인 기술기업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H-1B 비자 제한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인도는 자국 인재들이 인도에서 일할 기회를 늘리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코로나 이후엔 세계화가 약해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돈과 인재는 국경을 넘어 ‘기회’가 있는 곳으로 모인다. 꿈과 끼가 있는 사람들이 한데 있으면 뭔가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거기서 또 다른 기회가 생겨난다. 당장은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결국 미국의 혁신과 성장동력을 갉아먹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기술이 중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인재 클러스터’가 더 중요해진다.

요즘 판교로 젊은 인재들이 몰린다. 이곳엔 1309개의 IT와 BT(바이오기술), 게임업체들이 있다. 대기업 연구개발(R&D)센터도 잇따라 판교에 둥지를 틀고 있다. 우수한 인력 확보가 쉬울 것이란 게 가장 큰 이유다. 창업도 활발하다. 숫자는 적지만 외국인이 세운 벤처기업들도 있다. 3년 내 제2, 제3 판교테크노밸리도 들어설 예정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공존하며 판을 키우고, 그래서 해외 인재들까지 모여든다면 판교가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넘어 ‘아시아의 실리콘밸리’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한국이 IT 강국임은 코로나 와중에도 입증됐다. 한 가지,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부족한 다양성과 포용성은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ps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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