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
현 정부의 정책 중에 감염병 대응 정책과 부동산 정책은 가장 많은 관심을 끈 두 사례로 생각된다. 두 경우 모두 정부가 심혈을 기울인 정책인데 그에 대한 평가는 정반대인 것 같다. 감염병 대응 정책은 소위 ‘K방역’이라고 일컬어지며 세계적으로도 모범적 정책 사례로 평가되는 반면 부동산 정책은 이미 20여 회 이상 발표됐으나 거듭할수록 더 크게 일반 국민의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두 정책은 어떤 차이가 있어 평가가 이렇게 다른 것일까?

우선 정책이 어떻게 수립돼야 하는지를 살펴보자. 정부가 수립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정책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줘야 한다. 정부가 직접 국민 대신 의사결정을 할 수는 없으므로 국민이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할 유인을 제공하는 정책수단을 마련한다. 이 단계에서 정부는 국민이 정책수단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려해야 하는데 이는 그들의 선택이 어떤 비용과 혜택을 의미하는가를 따지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는 이유는 추구하는 정책목표가 국민 전체를 위해 좋은 것일지라도 국민 개인으로서는 그것을 따르지 않는 것이 더 이로울 경우가 있기 때문이고, 만일 개인의 유인이 전체의 목표와 어긋나면 그 정책은 실패하게 된다.

정부가 추구한 감염병 대응 정책은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도록 요구했다.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정책 지침을 따르도록, 이를 어길 경우 벌칙을 부과했는데 이 부분이 국민으로 하여금 정책이 원하는 행위를 하도록 유도하는 유인체계다.

국민들이 정부가 시행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책을 따를 유인이 있는지 따져보자. 만일 다른 사람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따라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벌칙이 없더라도 개인들은 혼자서라도 거리두기를 할 유인이 크다. 다른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따르지 않아서 위험한 상태라면 개인들은 혼자서라도 그런 사람에게 가까이 가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따를 경우, 개인은 홀로 그것을 따르지 않아도 위험이 크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경우 정부의 벌칙이 부과되므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따르는 것이 더 유리하다. 이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은 이를 위반하는 데 대한 벌칙이 적절히 주어지면 개인들은 이를 기꺼이 수용하고 정책은 성공하게 된다.

반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분석은 매우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공급이 경직적이라고 가정한 뒤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을 막고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 벌칙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주택시장에서 투기할 정도의 사람들은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구매해 거주하려는 실수요자보다 자산이 많을 가능성이 크므로 대출 억제가 실수요자보다 투기자를 더 어렵게 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른 투기자들이 정부의 부동산 억제정책을 따르지 않고 집을 산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개인들은 남들보다 먼저 집을 사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 많은 사람이 집을 사려 하면 주택가격은 더욱 오를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시책에 따라 주택 구매를 늦추다가는 집을 사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세금을 부과해도 집값이 충분히 오른다면 세금을 내고도 남는 장사다.

반대로 다른 투기자들이 주택을 구매할 의사가 없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실수요자들은 어차피 집을 사려고 한다. 그런데 정부가 공급을 늘리지 않는다면 투기자들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를 하게 돼 구매하려 든다. 이 경우에도 주택에 대한 세금은 집값 상승이 충분하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국 정부가 부과한 세금은 집값이 충분히 오를 것이라는 기대 하에서는 무력해지고, 그런 예상은 실제로 집값을 오르게 해 투기자들의 결정을 합리적인 것으로 만들어 준다.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원인은 정책을 따를 유인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한 데 있다. 그럼 부동산 시장은 아무런 대책이 없는가?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버블 붕괴란 투기자에 대한 벌을 스스로 준비하고 있다. 이런 투기자에 대한 시장의 벌은 합리적인 시장참여자들로 하여금 단기적이라도 투기에 참여하는 것을 피하라고 가르쳐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