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긴급대책으로 주택공급 확대를 주문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귀가 따갑도록 제시해온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양질의 주택 공급’이라는 처방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발굴을 해서라도 공급을 늘리라. 내년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 확대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한 것은 앞서 21번의 부동산 대책에서 세금폭탄, 대출 규제 등 수요 억제에 총력을 기울여온 것과는 분명 결이 다르다. 그러나 공급 확대 방안이 출퇴근이 편리한 서울 요지의 재개발·재건축 활성화가 아니라 ‘3기 신도시 청약 물량 확대’라면 심각한 방향 착오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6·17 대책으로 사실상 수도권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는 바람에 서울 인기 주거지 수요가 폭발하는 ‘역(逆)풍선효과’가 본격화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정책 당국자들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100%에 육박했다(2018년 기준 95.9%)는 이유로 “재개발·재건축이 진행되면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어 인허가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더 나아가 강력한 층고제한(주거용 건물 35층 이하), 2년 이상 거주 조합원에게만 분양권 부여와 같은 초강력 규제로 정비사업을 사실상 틀어막았다.

하지만 이는 수요자들이 원하는 양질의 주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서울에서 30년 이상 노후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46.0%에 달하는 반면 20년 미만 주택 비중은 25.8%에 불과하다. 그 결과 올 들어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2000년 이후 최고인 평균 99대1로 치솟고, 청약시장에서 밀려난 수요자들이 내집 마련에 나서면서 집값이 급등하는 악순환이 형성된 것이다. 전셋값이 급등하는 와중에 전세자금대출을 막는 바람에 세입자들이 오갈 데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도 공급 부족이 가져온 심각한 부작용이다.

주택청약저축 가입자는 2450만 명에 이른다. 내집 마련을 원하고, 더 나은 집에 살고 싶어하는 실수요자가 이렇게 많다는 현실부터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런 실상을 외면하고 투기를 잡겠다며 공급을 틀어막는 식으로는 집값 안정은 어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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