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른바 ‘홍콩보안법’이 이달부터 시행되면서 현지 분위기는 말 그대로 살벌해졌다는 외신이 속속 들어온다. 시행 첫날부터 ‘홍콩 독립’을 외친 야당 의원과 시민, 심지어 여고생까지 수백 명이 검거됐다. 벌써 정치 망명자까지 나오고 ‘헥시트(홍콩 탈출)’가 현실화됐다는 보도도 있다. 법안의 구체적 내용이 새로 드러나면서 “홍콩에 정치적 자유는 없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홍콩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근 180년간 교역과 금융, 문화와 관광 요충지로 동서양의 가교 역할을 해온 ‘자유도시 홍콩’ 문제는 앞으로 상당기간 국제사회의 뜨거운 관심사가 될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초강경 목소리로 ‘원상 회복’을 촉구하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가뜩이나 사사건건 대립해온 미국과 중국은 ‘홍콩 문제’로 다시 정면충돌하고 있다. 통상에서 비롯된 양국 갈등은 기업과 기술로 전선이 확대돼 왔다. 군사·안보 차원의 첨예한 대립도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홍콩 문제는 미·중 간 다툼을 격화시킬 수밖에 없다. ‘홍콩반환 협정’을 중국이 위반했다고 판단한 미국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 구현이 홍콩 사태의 본질이라고 보고 있다. 홍콩 문제, 나아가 대중 관계에서 공화·민주 양당이 초당적 협력으로 나서는 것을 보면 ‘자유민주 진영 대 사회주의 공산 진영’의 세기적 대결로 인식하는 듯하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호주 등 27개국이 중국 규탄 성명을 내며 미국을 지지하고 나선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무한경쟁의 국제관계에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지만, 보편가치에 대한 희구와 수호 의지는 국경을 넘어선다. 하지만 한국은 이 성명에 동참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침묵’ 기간이 오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미국은 동맹관계를 내세우며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한국의 동참을 요청해왔다. 다분히 중국 견제용인 EPN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외교를 의식한 것이다.

한국은 중요한 국면에서 지혜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중국의 패권적 행태나 한·중 경제 관계도 감안해야겠지만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에 걸맞게 인류 발전과 진보에도 기여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그 길이 국익에도 부합한다. ‘전략적 모호성’이라며 침묵만 할 게 아니라, 고도의 국가전략을 세우고 용기도 내야 한다. 인권 문제와 진전된 핵무기에는 눈감은 채 ‘북한 구애’에 매달리며 이 엄중한 격변기를 헛되이 보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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