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GTX 성패, 환승체계에 달렸다
지금까지는 철도와 버스의 ‘속도’가 핵심이었다. 고속도로가 건설되고 고속버스가 등장하면서 전국은 일일생활권이 됐다. 2004년 KTX가 도입된 이후에는 서울과 부산을 2시간30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됐다. 공사 중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완성되면 수도권의 주요 거점을 30분대에 이동할 수 있다. 다시 한번 대중교통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점이다.

GTX는 지하 40~60m 깊이까지 내려가서 운행된다. 이 때문에 지상에서 운행되는 다른 교통수단과의 연계·환승 체계가 얼마나 효율적이냐에 따라 GTX의 성패가 좌우된다. 예를 들어 인천 송도에서 30분도 걸리지 않아 서울역에 도착했는데, 환승을 위해 지상 버스정류장까지 15분간 걸어가야 한다면 누구도 GTX를 혁신 교통수단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또 GTX역은 해당 지역의 버스, 택시, 자가용 등 많은 교통수단이 집결하는 교통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간 연계·환승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윤활유가 필요한 것이다.

그동안 환승센터는 후순위 사업으로 다뤄졌다. 철도 등 다른 교통 사회간접자본(SOC)과 달리 환승센터는 무료로 드나든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철도 사업자에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상황을 이유로 환승센터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다.

서울 잠실역 환승센터는 롯데타워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 형태인 복합개발로 진행된 사업이다. 시민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주변부 대규모 사업에 기대 추진됐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이런 사업 모델은 필요한 시기와 장소에 정부 및 지자체 주도로 환승센터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 환승센터는 철도사업 완료 후 추진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철도사업과 환승센터를 추진하는 주체가 달라 다른 사업으로 여긴 탓이다. 철도사업이 완료된 뒤에는 효율적인 환승 동선을 구축하기 어렵다. 계획단계에 있는 GTX는 환승센터와 함께 추진해야 한다.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GTX 역사 30곳이 있는 지자체와 손잡고 GTX 건설과 동시에 환승센터를 구축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철도 계획단계부터 환승체계를 구상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다. 지선교통 등 지역 여건·특성을 잘 아는 지자체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수렴해 GTX와 지하철, 버스, 택시, 자가용 등 교통수단 간 획기적인 환승 동선을 설계하려 한다. 지역별로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환승센터를 건립해 각 지역의 랜드마크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철도와 버스의 속도 향상만으로는 국민의 만족도를 충족시킬 수 없다. 편리하고 빠르면서도 쾌적한 ‘환승’이라는 마지막 퍼즐로 대중교통이 한 단계 더 진화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