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취소한 美
中 제외 새 국제통상체제도 추진
미·중 '완전한 결별'에 대비해야"

정인교 <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
[시론] 홍콩 보안법 사태, WTO 체제 와해될 수도

지난달 30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기 하루 전에 미국은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전격 취소했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홍콩을 외자 도입 창구로 활용했고, 서방세계 기업은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은 중국과의 거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홍콩을 대중(對中) 비즈니스 거점으로 활용해 왔다.

미·중은 서로 다른 속내를 갖고 홍콩을 지원해 왔다. 홍콩이 중국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국은 1국가 2체제를 의미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전제로 홍콩에 특별지위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번 미국 조치로 금융허브 및 자유항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됐다. 최고 25% 관세를 물어야 하고, 방산물자 및 이중용도 품목 적용으로 사실상 대부분의 품목에 대한 거래가 막히게 된다. 미국 기업만의 수출 차단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 등을 통해 다른 국가 기업의 거래도 막을 수 있다. 중국에 앞서 홍콩 경제를 마비시킨 것이다.

덩샤오핑 집권 시절 개혁·개방 정책 추진 이후 중국은 홍콩을 서구의 자본과 시장경제 자본주의 체제를 중국에 도입하는 창구로 활용했다. 중국은 홍콩에 특혜를 제공했다. 2003년 체결된 중·홍콩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과 2015년 중·홍콩 CEPA 서비스무역협정이 대표적이다. 일국양제이므로 협정 형식을 취한 것이지만, 중국 정부가 홍콩 기업에 대중 비즈니스에서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홍콩 서비스 공급자’라는 자격이 생겼고, 2년간 홍콩에서의 기업 경력으로 이 자격을 얻은 후 추가적인 요건을 충족하면 외국 기업도 홍콩 기업과 같은 자격으로 CEPA 협정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중국 진출 기업들은 홍콩에 둥지를 트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유리해졌고, 많은 기업의 투자 확대로 홍콩은 덕을 톡톡히 봤다.

하지만 중국에 홍콩은 임시방편이었다. 2013년 중국은 상하이에 자유무역시험특구를 설치하고 홍콩식 서비스업 발전 전략에 착수했다. 이후 전국 18개 도시로 특구를 확대했다. 지난달 초 중국 정부는 ‘하이난 자유무역특구 종합 건설 방안’을 발표, 홍콩 대안으로 하이난 육성 계획을 공식화했다. 하이난 특구 계획은 홍콩보안법이 전인대를 통과한 직후 발표됐다.

홍콩 보안법을 통과시킬 경우 미국의 보복 조치로 홍콩 경제가 기능을 상실해도 별문제가 없도록 중국은 나름대로 대책을 준비해 온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 월가의 홍콩 투자 손실을 우려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큰소리만 칠 뿐 홍콩에 대한 특별우대 조치를 철회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을 수 있다.

아무리 특구를 많이 세웠더라도 중국 생각대로 되지는 않을 듯하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디커플링이 강화되고 있어서다. 최근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시 약정한 관세율 체계를 수정할 것임을 밝혔다. 이는 WTO 체제를 와해시키는 것과 같다. 오는 9월 확대 G7 정상회의에 미국은 한국, 브라질 등을 초청해 중국을 제외한 새로운 국제통상체제 구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제외되면 특구의 의미가 없어진다.

지난달 16~17일 호놀룰루 미·중 회담 직후 피터 나바로 백악관 제조업무역국장이 “미·중 무역협상은 다 끝났다”고 한 말의 취지를 이제 이해할 수 있다. 보안법 발효로 일국양제에서 일국일제(一國一制)로 바뀐 홍콩은 ‘경제자유도 세계 1위’가 될 수 없다. 홍콩 경제뿐만 아니라 홍콩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현지법인과 홍콩을 통한 재수출을 해온 기업도 날벼락을 맞게 됐다. 국내외적으로 중국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한국의 대중 투자는 되레 늘었다. 리스크가 더 커졌다. 설마했던 미·중 디커플링이 현실이 되고 있음을 기업들이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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