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전문가와 실수요자, 야권은 물론 진보좌파 진영에서까지 잇따라 쓴소리가 나와 눈길을 끈다. 6·17 대책을 내놓은 지 2주가 지나도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기는커녕 더 거세지자 친(親)정부 성향의 시민단체, 지방자치단체, 교수까지 비판 대열에 가세한 것이다.

시민단체 중에서는 경실련에 이어 참여연대가 그제 “땜질식 규제로 주택가격이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며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도 “문 대통령이 ‘일본처럼 우리도 집값이 폭락할 테니 집 사지 말고 기다리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잘못된 신화를 학습했다”고 주장했다. 지자체 중에는 규제지역이 확대된 인천시가 반발하며 “이달 중 투기·조정지역 해제, 선별 지정 등의 개선안을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천은 박남춘 시장이 여당 소속이고, 시의회도 여당이 압도적으로 다수인 곳이다.

집값에 대한 이들의 진단과 처방은 제각각이다. 한편에서는 지금보다 더 센 수요억제책을 주문하고, 다른 쪽에서는 “공급을 막고 수요만 억제하면 손해보는 건 서민”이라며 정책전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데는 한목소리다.

6·17 대책으로 대출받아 집 사는 게 막히면서 무주택 서민들 사이에서는 “집 장만하는 데 꼭 필요한 사다리를 정부가 걷어차 버렸다”는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수도권에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권고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참모들 중 상당수가 여전히 2주택 이상 보유한 것도 국민 감정을 악화시켰다. 21번의 정책실패와 고위층의 ‘내로남불’이 더해지며 지지세력까지 등을 돌리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런 판국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잇따라 인터뷰를 하고 과세강화, 규제지역 추가지정 등 기존 기조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 22번째 대책을 예고했다. 여당에서는 “1주택자 양도세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양도세율을 더 높이면 ‘매물 잠김’이 심해져 집값이 올라갈 게 뻔한데도 그렇다. 보유세 중과도 ‘반짝 하락’이 나타날 뿐 장기적인 집값 안정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학계 연구결과다.

시장에서는 학습효과를 통해 이런 파급효과를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또다시 규제위주 대책을 예고하니,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집값이 잠깐 조정을 받더라도 다시 오를 게 뻔하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정부가 부동산에서 아예 손 떼는 게 집값 안정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장의 냉소를 정책 책임자들은 아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