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그제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와 관련한 국회 본회의 시정연설에서 의원입법에 대해 국회 자체적인 규제심사 제도를 도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입법과 달리 규제영향 심사 절차가 없는 의원입법이 신산업 창출과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 진원지가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의 의원입법 발의는 2만1594건으로 전체 발의건수 2만4141건 가운데 89.4%를 차지했다. 주목할 것은 의원입법안 중 18.2%인 3924건이 규제법률이었다는 게 정부 규제포털의 분석이다. 정부가 규제혁신을 해도 국회가 규제입법을 쏟아내면 말짱 헛일인 것이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사정이 달라지기는커녕 더 심해지고 있다.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5월 30일부터 6월 30일 오후 2시까지 발의된 법률안 1137건 중 의원입법은 1100건으로 96.7%에 달했다. 이 중에는 여당이 총선 공약에서 예고한 규제법안이 상당수 들어있다. 기업지배구조를 겨냥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대형마트를 더욱 규제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이자제한법 개정안과 보험업법 개정안 등이 모두 의원입법으로 발의됐다.

이러다보니 규제혁신을 하려면 무분별한 의원입법부터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의원입법 발의 추세를 보면 16대 국회가 1651건으로 처음 1000건을 돌파하더니 17대 5728건, 18대 1만1191건, 19대 1만5444건, 20대 2만1594건 등 거의 폭주 수준이다. 20대 국회 의원입법 발의 2만1594건 중 원안 또는 수정 가결, 대안 반영, 수정안 반영 등 어떤 형태로든 법률에 반영된 건수는 6608건이었다. 연평균 입법 건수가 1652건으로 미국 210건, 일본 84건, 영국 36건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규제 양산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이 규제개혁을 하려면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영향 분석부터 제도화할 것을 주문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지난 총선에서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심사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규제심사를 도입하면 발의가 위축될 수 있어 더 논의해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집하는 더불어민주당만 수용하면 된다. 정 총리는 국회에 규제심사를 도입해 달라고만 할 게 아니라 거대 여당부터 설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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