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의 국회 원(院) 구성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하게 됐다. 여당이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다. 이로써 여당은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견제 없이 각종 법안과 예산 처리 등에서 독주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통합당은 “상임위 활동 등에서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밝혔지만 회의 소집권과 법안 상정권한, 의사진행 권한 등을 가진 상임위원장을 여당이 독차지한 상황에서 견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176석의 압도적 의석을 보유한 여당이 상임위원장까지 모두 차지함에 따라 국회의 정상적인 정부 견제가 이뤄질지 걱정이다. 헌법은 행정·입법·사법부의 삼권 분립을 명시하고 있다. 정부, 국회, 법원이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정을 운영하라는 것이 헌법정신이다. 이런 점에서 여당 일방 독주가 보장된 국회가 정부를 과연 제대로 견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회의 정부 견제 기능이 상실되면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독재로 가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이 점을 정부·여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여당 독주의 국회가 지금 같은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을 옥죄는 규제법안을 일방 처리해선 안 된다. 대표적인 것이 주주권익을 강화한다는 명분의 다중대표소송제와 집중투표제 등의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다. 이들 법안은 기업 경영권을 위태롭게 할 뿐 아니라 경영활동을 제약하는 족쇄가 돼 주력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생사기로에 선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입법이 남발된다면 경제위기 극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가장 큰 도전은 코로나 사태로 초래된 국가적 위기 극복이다. 이를 위해선 여야, 노사, 대기업·중소기업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양보와 타협이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여야 협상 결렬로 국회 상임위원장이 여당 독식으로 결론난 점은 무척 아쉽다. 이럴 때일수록 여당은 무한 책임감을 갖고 경제위기 상황을 직시하며 국회를 합리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독주의 유혹’에 빠져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달려간다면 정부·여당뿐 아니라 국가의 불행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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