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법정시한을 넘기는 것은 물론 그 어느 해보다 더 파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24일 2차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서 박준식 위원장이 “다음 회의까지 각계 요구안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최저임금 심의 법정시한인 어제 3차 회의 직전까지도 통일된 요구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결정이 난항을 겪는 것은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서다. 지금 기업들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주문이 끊기다시피 해 공장이 멈춰서고 직원을 내보내는 곳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폐업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경영계가 최소한 ‘동결’을 요구하는 이유다.

하지만 노동계 입장은 판이하다. “코로나로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가 어려워진 만큼 오히려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은 올해(시급 8590원)보다 25.4% 오른 1만770원을 제시했고, 한국노총은 시간당 1만원은 넘지 않되 어쨌든 인상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인상률(2.9%)이 너무 낮아 최소한 이보다는 높아야 한다는 게 노동계의 인식이다.

코로나로 저임금 근로자가 더 힘들어졌다는 노동계 주장이 일리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장이 문 닫거나 근로자를 내보낸다면 임금이 올라간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중소기업중앙회가 600개 중소기업을 조사한 결과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오르면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감원하겠다는 기업이 58.8%에 달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 이전에도 3년간 33%나 오른 최저임금으로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은 고통을 겪어왔다. 올해는 코로나 충격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과 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1.6%)을 제외하면 처음 있는 일이다. 모든 경제주체가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야 하는 시점이라는 얘기다. 최저임금도 예외일 수는 없다.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코로나보다 더 무섭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급격한 인상을 요구한 민주노총에는 “공장을 줄 테니 대신 경영해 달라고 하소연하고 싶다”는 중소기업인까지 있을 정도다.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위기가 닥친 만큼 최저임금 결정에도 전례 없는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