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로 인해 재정지출이 폭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국내 어떤 싱크탱크도 제대로 된 분석과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민간 연구소들은 입을 닫은 지 오래고, 국책 연구소들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연구만 눈에 띈다. 올해 재정적자가 100조원을 웃돌고, 국가채무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0%에 육박하고, 부동산시장 불안, 재난지원금과 기본소득 논란까지 첨예한 데도 이렇다 할 연구보고서를 찾아볼 수 없다.

이런 가운데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홀로 재정지출 폭증의 문제점을 지적해 주목을 끈다. 예정처는 어제 ‘21대 국회와 한국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3차 추경안에 반영된 유동성 공급 대책과 관련해 부작용을 경고하고 나섰다. 기업 부채를 늘려 기업의 지속성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고 주택 가격 급등 위험과 금융회사의 위험자산투자 확대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유동성 과잉에 대해 어떤 연구소도 경고 사인을 내지 않는 터여서 예정처 보고서는 더욱 돋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예정처는 지난 23일 정부의 3차 추경안에 상당수 부실 사업이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달 초에는 아파트 공시가격 산정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며 공시제도 투명성 강화를 주문했다.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에 대해서도 ‘국가채무시계’ 등으로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반면 국책 연구소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작년만 해도 정부 낙관론에 맞서 경기위축을 경고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 들어선 조용하다. 재정건전성에 주목해야 할 조세재정연구원은 오히려 정부 여당의 재정 살포와 증세론을 거드는 모양새다. 국책 연구소들이 정부를 비판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보수정권 아래서도 ‘짠맛’을 잃지 않았다는 평가를 듣던 연구소들이 단체로 입을 봉하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모두가 침묵할수록 예정처의 비판과 대안 모색 노력은 박수받을 만하다. 21대 국회가 출범하자마자 과잉 규제 입법을 쏟아내는 거대 여당부터 예정처의 조언을 경청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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