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2.1%로 전망했다. 두 달 전보다 0.9%포인트 낮춘 것이다. 기존 전망치 중 가장 비관적인 것이 ‘-1.2%(OECD)’였는데, 어제 발표로 -2%대까지 추락했다. 정부(0.1%)와 한국개발연구원(KDI·0.2%)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외 예측기관들이 이미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했지만, 이번 하향 조정 폭이 심상치 않다. IMF는 또 한국의 국가부채 비율이 올해 말 49.5%(작년 말 41.9%)까지 급등할 것이라고 예상해 재정악화 우려가 빈말이 아님을 확인시켜줬다.

IMF가 코로나 확진자 급증을 세계 경제 하향 전망 이유로 든 것처럼, 한국도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좀체 줄지 않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많이 꺾이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 4월(-25.1%)과 5월(-23.7%)의 수출 감소는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IMF의 미국 성장률 전망치가 -8.0%일 정도로 선진국 수출 시장이 어려울 뿐 아니라 신흥국 경제도 살얼음판이다. 아르헨티나가 아홉 번째 디폴트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브라질 헤알화는 연초 대비 34% 폭락할 정도다.

이런 판국에 국내 기업들은 오히려 융단폭격식으로 쏟아지는 반(反)기업 입법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정부와 176석의 거대 여당이 기업 활동에 크나큰 제약으로 작용할 각종 규제 법안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내고 있다. 여당이 대형 유통업체 규제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중소유통업 특별법 제정안에 이어 이익공유제를 담은 법안을 발의하자 정부도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제는 노동계의 강성 투쟁을 부채질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노조 3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국회로 넘겼다. 법인세율 인상 등 증세와 각종 노동·환경 분야 규제 등도 언제 불쑥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미증유의 코로나 위기 속에서 경제는 점점 고꾸라지는데 ‘기업 때리기’는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다. 4·15 총선을 전후해 정부 여당이 코로나 위기 극복에 앞장서겠다는 그 많은 다짐과 약속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기업이 무너지면 정부가 보호하고 지키겠다던 일자리, 중소기업, 지역경제 등이 줄줄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성장 기반이 훼손되면 회복탄력성이 저하돼 세계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서더라도 ‘나홀로 부진’을 면치 못할 수 있다. 코로나 위기 극복의 주역이 기업임을 정부 여당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