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태 바이오헬스부장
[데스크 칼럼] 푸대접 받는 국산 신약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을 선언한 지 꼭 99일이 지났다. 작년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불과 반년 만에 지구촌 곳곳을 휩쓸며 44만여 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국경은 막혔고 세계 경제는 수개월째 마비 상태다.

코로나 종식의 근본적 해결책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던 말라리아 치료제도 결국 부작용 탓에 퇴출됐다.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해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은 856건이다. 존슨앤드존슨 GSK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를 비롯해 수많은 바이오 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국산 신약으로 국내 임상 중인 기업도 치료제 세 곳, 백신 한 곳 등 모두 네 곳이다.

세계 임상 859개, 국산 4개뿐

속도전에선 해외 기업들이 앞서 있다.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하던 렘데시비르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 사용승인을 받았다. 미국 바이오벤처 모더나는 이르면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백신을 개발 중이다.

그렇다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속도에서 앞섰다고 최종 승자가 된다는 보장이 없는 게 신약이기 때문이다. 신약 성공 확률은 0.04% 정도라고 한다. 연구실에서 발견한 기초 후보물질 1만 개 중 4개 정도가 겨우 시장에 나온다는 의미다.

정부도 국산 치료제와 백신 개발 지원에 팔을 걷고 나섰다. 하지만 업계의 불만이 적지 않다. 과거와 별다를 게 없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국책 용역과제를 몇몇 기업에 맡기고 개발비를 지원하는 게 고작이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겪는 애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문을 통과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는 불만이 많다. 코로나 후보약물을 보유한 국내 기업은 50곳이 넘지만 정작 임상 허가를 받은 기업이 네 곳에 불과한 게 이를 방증한다.

임상 허들에 막힌 국산약

일양약품의 국산 항암 신약 슈펙트가 식약처 문턱을 넘지 못한 게 대표적 사례다. 코로나에 효과가 있다는 실험 결과를 도출해 식약처 문을 두드렸으나 결국 퇴짜를 맞았다. 환자 모집이 잘못됐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이 회사는 러시아로 눈을 돌려 이달 들어서야 임상을 준비 중이다. 3개월 넘게 허송세월만 한 셈이다.

식약처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허가 기준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심사 기준이 지나치게 깐깐하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 유럽 등에선 진입 문턱을 한껏 낮춰주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비판이다. 임상 허가가 나도 문제다. 임상 환자 모집이 여의치 않아서다. 환자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치료 중인 환자 진료기록을 제약·바이오 회사에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바뀌어야 한다. 기업들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규제 개선만이 아니다. 공무원들이 소신있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도 절실하다.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를 세계 최초 유전자 치료제로 허가해줬던 식약처가 뒤늦게 성분 오류가 밝혀지자 바짝 얼어붙어 있다. 허가 취소라는 초강경 조치를 내린 것도 공무원에게 책임 지우는 사회 풍토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분위기 탓에 국산 신약이 2년째 한 건도 나오지 않고 있다. 뒤늦었지만 FDA는 왜 인보사의 임상 3상 재개를 허용했는지 되짚어볼 때다.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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