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가 짓는 靑나일 상류 GER댐
하류의 발전·농수·식수 등 놓고 갈등 고조
물 문제는 개발 아닌 인권 문제로 다뤄야

이희수 <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특훈교수 >
[전문가 포럼] 코로나와 함께 찾아온 '나일강 생존게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수단 등지에서 확진자가 급증해 다음달 28일부터 예정된 메카 성지순례가 1400년 이슬람 역사상 처음으로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집트, 수단, 에티오피아가 나일강의 물이란 공유자원을 둘러싸고 양보 없는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다. 에티오피아가 블루 나일 상류에 건설 중인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GERD) 완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댐은 나일강을 따라 수천년간 생계를 이어온 주민들의 삶을 근원적으로 바꾸는 문제를 야기한다. 누구에게는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이 되겠지만, 누군가는 땅과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절망적인 미래를 마주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나일강 물줄기가 바뀌는 데 따른 환경적 재앙은 인류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댐은 2011년부터 총공사비 48억달러(약 5조8000억원)를 들여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데 6월부터 시작되는 우기에 맞춰 본격적으로 저수를 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거대한 인공호수를 채우는 데만 4~5년이 걸린다고 하니, 나일강에 삶을 의존하는 사람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바로 댐 15㎞ 서쪽에 접경한 수단과 담수의 90% 이상을 나일강에 의존하면서 아스완 하이댐을 중심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이집트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물론 그동안 수십 차례 협상을 통해 수량 조절과 피해 보상 등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아랍 국가들이 중재에 나서고 유엔이 개입해도 미래의 삶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생존의 문제이다 보니 조정이나 해법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물론 협상의 핵심 골격은 나일강 하류의 수력발전 유지와 농업 생산, 식수 문제 등 기본적인 삶의 피해를 수량 조절을 통해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0달러 정도인 에티오피아의 사정은 더 다급하다. 에리트레아와의 30년 전쟁을 끝내고 평화와 공존을 택한 아비 아머드 알리 총리(44)가 201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면서 새로운 조국 부흥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는 2018년 4월 취임 이후 정치범 석방, 인권 함양, 언론자유 보장 등 개혁 행보와 함께 경제 혁신에도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런 그에게 GERD 공사는 포기할 수 없는 국책사업이다. 6000㎿의 전기를 생산해 자국 수요를 충족하고 이웃 수단, 이집트, 지부티, 케냐에도 전기를 수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만만치 않다. 댐 건설로 인한 주변 매몰 지역 주민 2만 명 이상을 재정착시켜야 하고, 평생을 블루 나일만 보고 살아온 어업 종사자들이 다른 직업으로 전환하도록 해야 한다. GERD 저수량만 740억㎥에 달해 일대 블루 나일 연간 강수량(490억㎥) 전체의 1.5배에 달한다. 어마어마한 물을 저장해 효율적으로 이용함으로써 농업 혁명을 일으키고 식수 문제도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GERD 건설과 수력발전을 위해 필요한 호수 물을 채우기 위해서는 최소 4~5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그 기간에 물이 흐르지 않는 나일강 하류 주민 약 200만 명의 삶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조사됐다. 댐 건설로 인한 유량 변화, 수질 악화, 희귀종 멸종, 생태계 변화, 환경 파괴 영향도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국제사회가 보다 진지하게 물 문제를 글로벌 아젠다로 다루면서 개발 문제가 아니라 인권 선언에 버금가는 규범과 약속의 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와 국제앰네스티에서는 이미 물을 인권 문제로 다루고 있고, 유엔도 2010년 7월 28일 물을 필수적인 인간의 생존 권리로 선언했다. 물은 생명권인 동시에 기본적 인권의 문제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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