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한국 철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달 ‘신규 투자계획 백지화’ 발표로 뒤통수를 치더니 급기야 “새 투자자가 필요하다”며 쌍용차를 생사 기로로 몰고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 수렁’에 빠진 상황에서 13분기 연속 적자를 낸 쌍용차의 새 주인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거듭되는 ‘쌍용차 잔혹사’는 홀로 설 경쟁력이 없으면 무슨 수를 써도 도태될 수밖에 없는 비즈니스 세계의 냉혹함을 일깨워 준다. 대우그룹, 중국 상하이자동차를 거쳐 2010년 마힌드라에 인수된 쌍용차는 ‘쌍용차 사태’로 불리는 극심한 노사분규로 충격파를 던진 주인공이다. 당시 ‘고용과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며 정치권이 자금지원을 알선하고, 해고자를 전원 복직시키는 등 생색을 냈지만 결국 허망한 결말로 치닫고 있다.

마힌드라의 의도가 정말 한국을 떠나겠다는 것인지, 정부의 자금지원을 압박하기 위한 것인지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쌍용차 해고자 전원 복직을 요청할 만큼 정부가 애태우고 있음을 잘 아는 마힌드라의 강수는 예고된 수순이다. 몇 해 전 한국GM 철수설이 불거지자 정치권이 8000억원 지원을 중재한 선례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집권여당에서는 지역구 의원을 중심으로 “이대로면 평택의 미래가 무너진다”며 지원 불가피론을 지피고 있다. 마힌드라 측은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에서 2000억원을 지원받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기안기금은 코로나 사태로 일시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위한 자금이다. 코로나 이전에 이미 경쟁력을 잃은 쌍용차는 원칙적으로 해당 사항이 없다. 설령 대승적 결단으로 지원해 준다 한들 지금처럼 경쟁력이 취약하고 미래차 시대를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개연성이 높다.

이번 사태는 쌍용차 직원 5000명을 포함해 협력업체까지 수만 명의 일자리가 걸려 있다. 그렇더라도 눈앞의 사태를 덮는 데 급급해서는 더 큰 피해를 부른다는 점은 쌍용차의 현재 처지가 잘 보여주고 있다. 쌍용차 사태가 외환위기의 촉매가 됐던 기아자동차 사태의 재연이 되지 않으려면 엄정한 시장과 경제의 원칙을 앞세우는 수밖에 없다. ‘대주주가 희생한 만큼 지원한다’는 구조조정 원칙도 훼손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