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글로벌 Edge] 바닥 드러낸 북유럽식 국가모델
스웨덴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선보인 집단면역 실험이 실패로 끝나는 듯하다. 방역 책임자가 직접 언론에 나와 사망자가 너무 많이 발생했다고 밝히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집단 구성원 대부분이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가지면 전염병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개연성에서 나온 정책이었다. 물론 과학이 개입했고 스웨덴이 자랑하는 공동체 정신도 포함돼 있었을 것이다. 개개인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며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는 스웨덴식 ‘얀테의 법칙’도 집단면역 실험을 가능하게 한 요소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노인들이 이웃 국가보다 최대 네 배까지 피해를 봤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노인 피해가 얼마나 늘어날지 모르지만 당장 스웨덴 복지제도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집단면역·기본소득 등에서 실패

스웨덴이 펼쳤던 희한한 정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경제학에서 상상할 수 없는 마이너스 금리를 처음 도입한 것도 2009년 스웨덴 중앙은행이었다. 2008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피해보려는 기상천외한 발상이었다. 하지만 10년 동안 주택가격이 매년 10%씩 계속 올랐다. 주택시장이 과열되면서 가계부채는 임계치를 훨씬 넘어 올 1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95%까지 급증했다. 급기야 지난해 12월 스웨덴 중앙은행은 금리를 0%로 올리고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포기했다.

핀란드 또한 2018년부터 2년간에 걸쳐 실험자들에게 정부가 일정 소득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제도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노키아 등 대기업이 위축되고 실업자가 양산되자 기본소득제를 통해 고용 창출을 노렸지만 소득 수혜자는 문화와 예술, 스포츠 등 그들이 바라는 분야의 일만 하려 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분야의 일자리엔 거의 가지 않아 국가 생산성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경제적 보상은 경제 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반을 두는 게 경제적 논리로 맞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21C엔 새로운 모델 접근 필요

북유럽 국가들이 궁여지책으로 이런 제도들을 내세웠던 배경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뒤이은 경제침체, 바이러스의 확산 등 위기와 재난이 있었다. 인구도 그리 많지 않고 사회적 컨센서스가 탄탄하게 뿌리내린 나라들의 시도이기도 했다. 퍼주기식 복지제도와 과도한 경제 개입, 고율의 세금 등이 바로 이런 모델의 부산물이다. 일부에서 얘기하는 ‘재난 사회주의’의 연장이며 북구식 사회 민주주의의 핵심적 정책이다. 20세기에 이들은 이런 모델로 성공했지만 지금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

이들의 모험정신은 훌륭하지만 21세기엔 접근 방법을 분명 달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게 섣부른, 설익은 정책이 돼 화를 부른다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정작 이웃 노르웨이는 어떤 새 정책도 내세우지 않는다. 2013년 이후 우파 보수당을 주축으로 한 연립여당이 집권하고 있는 국가다. 유가가 떨어지자 감세정책을 추진했고 민영화 등에 나선다. 석유로 버는 연기금을 2016년 예산 구멍을 메우기 위해 재정에 처음 사용했지만 지금은 그 기금을 매우 한정적으로 쓰고 있다. 산유국이지만 발 빠르게 국가수소전략을 발표하고 수소에너지 생산에 힘을 쏟는 그런 나라다. 5~6년 전 스웨덴의 젊은이들이 노르웨이로 많이 빠져나간 적이 있다. 스웨덴은 다시 인재 유출(브레인 드레인)을 고민할 것 같다. 한국도 기본소득제 등 섣부른 정책만 도입하려 든다. 진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