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G7과 G11

고대 로마와 중국 진(秦)나라 이후 인류사를 이끈 강대국은 끊임없이 명멸했다. 하지만 19세기 이후로는 초강대국 영국이 미국에 자리를 내준 것 외에 크게 달라진 게 없다. 19세기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이탈리아라는 강대국 대열에 20세기 미국과 일본 중국 인도가 가세했다. 경제력에 초점을 맞추면 ‘주요 7개국(G7)’이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의 모임이다. 강대국으로 분류되는 중국 러시아 인도는 빠진다. 과거 ‘서방 선진 7개국’이라고 불린 이유다.

G7은 2차대전 후 세계 경제를 이끈 브레턴우즈 체제가 1971년 미국의 달러화 불태환 조치로 붕괴되고 1973년 제1차 석유파동을 겪으며 태동했다. 세계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잡고 각국 간 정책 협력과 조정이 절실해서였다. G7의 면모는 1976년 캐나다의 추가 가입으로 갖춰졌다. 러시아가 1997년 참여해 ‘G8’이 됐으나,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으로 배제돼 다시 G7으로 돌아갔다.

G7의 경제력은 지구의 반 이상을 덮는다. 7개국 인구는 세계의 14%에 불과하지만 세계 부(富)의 62%를 차지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선진국과 신흥국 간 경제공조 필요에서 만들어진 G20와는 ‘급’이 다르다.

한국은 2008년 G20에 참여하면서 세계 질서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우뚝 섰다. 그런 한국이 이번엔 G7 정상회의에 미국(의장국)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았다. 국격과 국제 영향력이 일취월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청에 기꺼이 응할 것”이란 문재인 대통령의 화답은 당연해 보인다. 앞으로 미국의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참여 요구 등 청구서를 받을지언정 절호의 기회임에 분명하다.

다음달로 예정됐던 G7 정상회의는 코로나 사태로 취소된 대신 오는 9월 ‘G11’ 또는 ‘G12’ 정상회의로 확대 개최된다. 러시아 인도 호주가 참여하면 G11, 여기에 브라질까지 더하면 G12 정상회의가 된다. 단 중국은 배제된다.

세계 10위권 경제규모, 7개국뿐인 ‘3050클럽’(인구 5000만 명 이상, 1인당 소득 3만달러 이상 국가)에 든 한국이 이 대열에 못 낄 이유가 없다. 국내 여러 이슈가 세계 정치·경제질서와 밀접히 연관된다는 점에서 이제 ‘글로벌 행위자(global actor)’로 본격 나서야 할 때다. 이참에 우리 사회도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보자.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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