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시장도 경제 구조도 확 바뀐 중국
미세한 시장변화 신호 읽고 보조 맞춰야

박한진 < KOTRA 중국지역본부장 >
[세계의 창]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新 흑묘백묘론

“인구는 13억 명이지만 13억 시장은 아니다.” “당분간 배달시장은 커질 것 같지 않다.” 필자가 2012년 여름 중국 베이징 근무를 마치고 떠나며 한 얘기다. 빈부격차가 심한 데다 웬만해선 집에 사람을 들이지 않는 문화적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6년 뒤 돌아온 중국은 완전히 딴 세상이 돼 있었다. 온라인 유통의 거두,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중국을 13억 소비시장으로 바꿔놨다. 택배 차량이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가 하면 견공도 QR코드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마냥 우스개로만 들리지 않았다.

세계의 관심 속에 열린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지난주 폐막했다. 경제성장률 목표치 설정 여부에 초점이 모였다. ‘코로나 뉴딜’로 불리는 경기 부양 대책도 관심을 끌었지만, 홍콩 국가보안법 이슈에 묻혔다. 그동안 시장엔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었나.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반려동물이 큰 사랑을 받았다. 개와 고양이에게 지출한 비용이 비필수 소비지출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증가했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이 개혁개방을 이끌었다면 이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사람에게 잘 안기면 좋은 고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신(新)흑묘백묘론이라 부를 만하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톈마오(天猫·T몰)에선 지난해 반려동물 식품이 영유아 분유를 앞서 제1위 수입품으로 떠올랐다. 저출산 시대의 펫(pet)경제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경제를 지탱해온 핵심축인 부동산 시장을 보자. 상경계열 명문인 시난재경대의 ‘부동산 구입 목적’ 소비자 조사를 보면 극적인 변화가 보인다. 주거 목적과 투자 목적의 비율이 2008년 각각 70%, 20%였으나 10년이 지난 지금 각각 15%, 60%로 뒤집혔다. 집 사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재테크를 생각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중국 가계 자산의 3분의 2는 부동산이다.

현재 60%인 도시화율은 2030년 70%에 달할 전망인데 이로 인해 약 2억 명의 농촌 인구가 도시로 편입될 것이다. 앞으로 10년간 주거 목적의 도시주택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얘기다. 솔로 인구는 현재 2억 명에서 계속 늘어날 것이다. 고령화 속도가 구미 국가들을 추월하면서 노인 홀로 또는 자식 없이 부부만 사는 이른바 ‘빈 둥지 노인’이 이미 1억 명을 넘어섰다. 이 같은 인구 구조와 이동의 변화는 정부의 내수 위주 정책과 맞물려 부동산은 물론 다른 모든 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1조위안(약 17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신인프라 프로젝트와 하이테크, 고부가가치 서비스 영역과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갈 것이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이 중국의 1.8배 규모다. 미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중국은 회복기에 들어선 2분기에는 사상 처음으로 잠시나마 중국이 미국을 앞지를 가능성이 보인다. 하지만 이런 눈앞의 현상보다는 크게, 길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 경제의 V자형 회복을 기대하기보다 시장의 변화를 침착하게 관찰해야 한다.

올해 양회를 복기해보니 앞으로 중국의 개방은 대외적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 중·아세안 협력,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삼각축을 형성할 전망이다. 중국 내에서는 자유무역구와 광둥성 ‘웨강아오 대만구(港澳大灣區)’, 상하이수입박람회 등이 주무대가 될 것이다. 중국 시장 진출은 우리가 원하는 방식보다 중국이 가는 방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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