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공동체 갈등지수 낮추기
우리 사회가 순조롭게 진보하기 위해선 사회적 교류와 거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분쟁의 원만한 해결이 담보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분쟁해결제도는 사회를 위한 중요한 인프라 역할을 한다.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제도는 민사소송인데, 공권력의 뒷받침을 받는 최종적인 분쟁해결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분쟁이 너무 많이 발생하고, 이를 과도하게 소송에 의지해 해결하고 있다. 근본적 해소를 위해선 분쟁의 발생을 예방하고, 사회적으로 분쟁을 흡수하는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이와 아울러 알선, 조정, 중재 등 소송이 아닌 분쟁해결 수단,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중재를 육성하고 활용할 필요가 매우 크다.

중재는 쉽게 말하면 당사자의 합의에 의한 사설 민사재판이라고 할 수 있다. 중재에서는 소송에서 판사 역할을 담당하는 중재인 선정과 절차의 진행 과정에 당사자가 자신의 의사를 직접 반영하고 관여할 수 있다. 단심으로 끝나기 때문에 신속하게 결론을 도출할 수도 있다. 또 비공개 심리 절차를 통해 비밀을 보장하고, 당사자들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분쟁해결을 도모할 수 있다. 중재인이 내린 판정은 중재법에 의해 법원의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므로 분쟁의 종류나 사안에 따라서는 중재가 법원의 소송 절차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분쟁해결 수단을 제공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반면 중재는 절차를 밟는 것이 번잡할 뿐 아니라 중재 판정부에 강제권한이 없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중재 절차의 번잡함은 전문기관을 이용함으로써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또 강제권한이 없다는 점은 반대로 당사자의 자주적인 참여를 촉구하는 장점으로 바꿔 볼 수도 있다.

중재가 분쟁 해결의 완벽한 제도라고 하기는 어려우나 분쟁의 종류나 사안에 비춰 중재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때(근래에 크게 증가한 연예인 전속계약 분쟁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례나 소프트웨어 관련 분쟁 사례)에는 법원의 소송 절차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분쟁 해결의 장점을 최대한 취할 수 있다. 또 국제분쟁의 경우 특정 국가 법원의 재판에 의존해 해결하는 것을 피할 수 있고, 실용적이고 효율적이며 중립적인 수단을 당사자에게 제공한다고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금부터라도 분쟁이 발생하면 무조건 소송으로 간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분쟁의 종류나 사안을 잘 살펴 중재로 해결을 시도해보는 것이 어떨까? 이를 통해 분쟁 당사자들의 자주권, 자율권을 원활하게 행사하는 토양을 북돋우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예상되는 인간 공동체의 갈등지수를 낮추는 지혜로운 인프라 구축이 가능해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