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재출발했다. 총선에서 대패한 통합당이 논란 끝에 ‘외부인사’에게 위기 수습의 리더십을 맡긴 것은 보수를 표방해온 야당이 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보수·진보 정당을 오간 김 위원장 행보를 돌아보면 ‘철학빈곤, 가치부재’의 한국 정치 실상을 보는 듯하다.

주호영 원내대표 선출에 이어 비대위원장을 ‘영입’함에 따라 한시적이나마 통합당이 당 체제 정비를 마쳤다. 근본 과제는 정체성을 찾은 것이겠지만, 당장 177석 거대여당 독주를 견제하며 국정의 균형을 도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소수 야당의 앞길은 말 그대로 하루하루가 고난이 될 것이다.

정책정당으로 거듭나고 수권정당 면모를 갖춰나간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헌법 정신에 충실하면서 보수의 본질적 가치를 ‘코로나 사태’ 이후 미래와 조화롭게 접목시켜야 한다. 통합당 스스로도 경쟁적으로 가세한 ‘포퓰리즘 정치’로 한국 사회는 최근 몇 년 사이 과도할 정도로 좌편향돼 왔다. 철저한 자기반성과 냉철한 현실 인식 없이 이 흐름에 계속 휩쓸려 ‘좌클릭’을 일삼다가는 존재기반 자체를 잃을 수도 있다.

복지를 하더라도 어떤 복지여야 하는지 더 깊이 고민해야 하고, 확장 재정이 불가피하다 해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고만 할 게 아니라, “어떻게, 어떤 일자리가 나오게 해야 한다”는 대안으로 유권자에게 다가설 필요가 있다. 재난지원금 같은 사안에서도 현금살포 방식의 근본 문제점이나 재원 문제를 제기하기는커녕, ‘우리도 1인당 50만원 공약’ 같은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그런 점에서 논란 많은 ‘기본소득제’부터 꺼낼 게 아니라, ‘기회 확대’ ‘더 다양한 선택 보장’ 같은 방향 제시가 타당할 것이다.

통합당은 연방소비세 신설로 169석에서 단 2석으로 추락했던 캐나다 보수당의 1993년 참패와 10년도 더 걸린 재기과정에서 교훈을 찾아보기 바란다. 사회 변화를 적극 수용하되, 무엇이 보수의 길인지 근본부터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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