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소비자 선택과 동떨어진 쇼핑몰 영업규제
#서울 목동에는 나란히 붙은 두 백화점이 있다. 먼저 들어선 건 6층짜리 ‘행복한 백화점’이다. 중소기업 제품만을 판매하는 이 백화점이 문을 열자 손님이 몰렸다. 그런데 지하철역 연결통로까지 확보한 현대백화점이 2002년 개점했다. 지역상권을 3년째 선점한 입장에선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이었다. 그러나 고객이탈은 없었다. 오히려 손님이 더 늘었다. 확대된 쇼핑과 문화공간이 매력을 더했기 때문이다. 개점 초기 1000억원 남짓하던 행복한 백화점의 연간 매출액은 이듬해부터 세 배 이상 껑충 뛰었다. 지금도 두 백화점은 경쟁보다 상생관계로 영업 중이다.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는 포장두부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대기업은 매출액을 더 늘리지 못하게 규제했다. 대기업의 매출액을 제한하면 중소기업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빗나갔다. 풀무원과 CJ 등은 값비싼 국산콩 대신 수입콩두부 판매에 주력해 매출을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국산콩 소비는 8% 감소했고 중소기업의 매출은 줄었다. 국산콩 가격이 하락하자 소득이 줄어든 농가의 불만도 쏟아졌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글로벌 경제에서 공급사슬을 간과한 탁상행정의 실패사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치러진 4·15 총선에서 여당은 소상공인을 위한 공약을 내걸었다.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면세점까지 영업시간을 규제하고 의무휴업을 월 2회에서 4회로 늘려 설날과 추석 당일의 영업까지 금지하는 내용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통상자원부도 복합쇼핑몰에 대한 영업규제를 국정과제로 정해놓고 있다.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의 보호,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이 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 역효과가 더 클 것이다. 몇 가지 분명한 이유 때문이다.

첫째, 변화된 시장경쟁의 구도를 잘못 읽었고, 유통 패러다임의 전환 추세에도 역행하는 정책이다. 온라인의 시장지배력이 확대되면서 이미 대형마트의 매출은 정체됐거나 감소 중이다. 지금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보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쟁구도가 대세다. 온라인에는 해외유통업체까지 가세하고 있다. 여기에 규제가 강화되면 고용시장의 악영향도 더해진다.

둘째, 대형유통업체의 영업규제는 외부경제효과를 감소시킨다. 전통시장과 백화점·쇼핑몰의 결합은 상권을 강화하고 고객을 공유하는 효과가 있다. 유통업체의 영업규제는 오히려 전통시장 전체의 소비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의무휴업일마다 온라인 쇼핑금액이 다른 일요일에 비해 8%에서 37%까지 증가한다는 게 경영자총협회의 얘기다.

셋째, 시장규제가 늘수록 소비자 편익은 줄어든다. 소비자 보호를 표방한 유통산업발전법의 취지와는 반대의 결과다. 최근 창원시는 지역상인들의 반대로 중단했던 스타필드의 입점절차를 재개했다. 작년 10월의 여론조사에서 주민의 71.2%가 대형마트에 찬성해서다. 근로자의 건강권 보장은 규제가 아닌, 노사협의의 영역이다. 매출을 고려해 유리한 쪽으로 주말이나 평일을 선택하면 된다.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한 취지는 중소유통업 상생발전과 골목상권 보호다. 대형마트의 고객들은 기대처럼 움직였을까. 소비는 전통시장 대신 온라인으로 이동했고, 피해는 의무휴업으로 마트에 납품하는 농축수산물 농가로 전가됐다. 건물주는 공간을 제공하고 60∼70%에 달하는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방식이라면 선진화된 유통구조다. 주말에 쇼핑하면서 여가공간을 즐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게 복합쇼핑몰이다. 규제법안을 준비한 국회의원들 스스로 1년에 전통시장을 몇 번이나 찾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시장을 살리고 죽이는 건 소비자의 선택이다. 유통업계의 성공과 실패사례에 대형매장과 소상공인이 상생할 해법이 있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것이 변함없는 생존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