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몰고온 혼돈의 'VUCA' 상황
코닥·그라민은행처럼 흥망 갈릴 수도
방향 정해 신속 대응하는 리더십 절실

곽금주 <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
[전문가 포럼] 완전히 다른 세상, 완전히 다른 리더

우리는 불과 몇 달 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 하루하루가 불확실성으로 채색된 일상에 노출되고 있다. 주가는 폭락을 거듭하다가 유동성의 힘으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지만 글로벌 실물 경제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심연으로 침몰하고 있다. 개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경제적 고충으로 힘든 시기를 버티고 있다. 이런 거시적 그리고 미시적 불확실로 인한 불안과 공포, 피로와 무기력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그야말로 또 다른 뷰카(VUCA: volatility(변동성), uncertainty(불확실성), complexity(복잡성), ambiguity(모호성))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뷰카는 1987년 미국 육군대학에서 최초로 제시한 개념이다. 2차대전 후 전 세계를 지배했던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란 위험 요인이 소련의 붕괴로 사라지고 예측이 더 어려운 새로운 위험과 도전이 이를 대체하게 되면서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세계 환경을 설명하기 위해 작명된 용어다. 변동성·불확실성·복잡성·모호성으로 인해 글로벌 정치 및 경제 상황이 예측하기 더 어려워진 것이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을 강타한 9·11 테러 공격이 발생하자 군사적으로 뷰카의 중요성이 재조명됐다. 그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군사 영역을 넘어 경제 영역으로 그 개념이 확장됐다. 개별 기업이나 산업계는 이제 그들이 속한 사회적·경제적 환경에서 갑작스럽게 뷰카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기업은 이 새로운 도전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그간 무수한 기업들이 무너졌다. 예를 들어 코닥은 정지 사진에서 영화로, 흑백사진에서 컬러사진으로의 진화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그 성과로 125년 동안 카메라와 필름 제작 영역에서 선두를 고수했는데 휴대폰에 카메라가 장착되면서 그만 도태되고 말았다. MP3 플레이어 역시 마찬가지다. MP3 플레이어는 1990년대 후반에 시작해 10년 만에 기존 카세트테이프와 CD 시장을 무너뜨렸다. 그런데 이런 MP3 플레이어를 스마트폰이 무너뜨리는 데는 5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기술의 발달로 과거 공고했던 산업 간 장벽이 무너진 것이다. 1979년 영국 뉴웨이브 밴드 버글스가 부른 ‘비디오 킬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란 팝송의 제목처럼 말이다.

뷰카는 이렇게 기존 기업이나 산업의 기득권을 일시에 붕괴시키기도 하는데 그만큼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어주기도 한다. 새로운 전략적 생각과 행동을 촉진시켜 혁신의 기회를 제공한다. 한 예로 방글라데시 치타공대 경제학과 교수로 소액금융시장에 혁신을 도입한 무함마드 유누스의 ‘미소금융’을 들 수 있다. 그는 방글라데시의 빈곤과 기존 금융 시스템은 접목될 수 없다고 판단해 단돈 27달러로 그라민은행을 설립했다. 150달러 미만의 소액을 담보나 보증 없이 대출해주고 상환을 못 해도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소액대출 전문 은행으로 전문화해 빈곤 퇴치에 앞장섰다. 2006년 그는 노벨평화상을 받았는데, 빈곤으로 인한 채무불이행 위험과 불확실성을 혁신적 아이디어와 적극적 리더십을 통해 극복한 사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뷰카 상황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요구되는 리더십 역시 이전과는 차별화돼야 한다. 경영조직론 학자인 밥 요한슨은 뷰카 환경에서 리더는 ‘리더의 뷰카(VUCA: vision(비전), understanding(이해도), clarity(명확성), agility(민첩성))’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동성’에 대한 대응으로 ‘비전’을 제시했다. 조직의 방향을 유지하고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조직 내외부의 의견을 수렴해 조직의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더불어 ‘복잡성’에 대응하기 위해 이를 파악하고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모호함’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바람직한 리더의 형태는 주어진 상황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다.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산업계는 유무형의 지각변동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의 실화 인물,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이 보여준 것처럼 어쩌면 기적은 우연이 아니라 노력의 산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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