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풍력발전 설비가 늘면서 발전을 중단하는 ‘출력제한명령’ 건수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풍력 설비가 올 들어 40차례 넘게 멈춰섰다. 바람이 너무 강해 그대로 두면 과부하로 정전 등 전력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바람이 너무 약해도, 너무 강해도 문제인 게 풍력발전이다. 풍력과 함께 신재생에너지를 대표하는 태양광도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신재생의 불안정한 전력수급을 해결할 방안으로 꼽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최근 잇따른 화재사고로 보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산지 훼손 등 환경 파괴에 주민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풍력도 태양광도 외국산 의존도가 너무 높다. ‘누구를 위한 신재생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탈(脫)원전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다. 원전 제로(0)를 향한 탈원전 로드맵을 제시한 정부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발전 비중을 2030년 2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3020계획)를 갖고 있다. 이것도 성에 차지 않는지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워킹그룹은 2034년까지 원전을 17기로 확 줄이는 대신 신재생 비중을 40%로 대폭 확대하는 초안을 내놨다. 과잉·과소 발전을 해결할 뚜렷한 대책도 없이 무리하게 늘린 신재생이 전력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키면 최악의 경우 대규모 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원전과 석탄발전을 신재생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대체하겠다는 식이지만,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무엇보다 ‘에너지 안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의 전력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선택의 옵션은 많을수록 좋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원전도 중요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저유가 시대 진입과 신재생에너지의 무리한 확대가 어울리는 조합도 아니다. 정부는 불안정한 신재생에너지를 원전의 대안으로 삼은 잘못된 발상부터 접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