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윌멋 < WSJ 칼럼니스트 >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중국은 독일車의 '구세주'

독일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중국에서 다시 한번 구제를 받고 있다. 중국 자동차 판매는 지난 2월에 급제동이 걸렸지만 지금은 고급차 분야를 중심으로 회복하고 있다. 증권사 번스타인이 조사한 신규 보험계약을 보면 고급 자동차 판매 대수는 4월에 전년 동월 대비 13.6% 증가했다. 4월 매출 덕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던 올해 1~4월 판매 감소폭이 14.2%에 그쳤다. 이달 자동차 수요도 탄탄할 것이란 게 이 증권사의 분석이다.

폭스바겐 다임러 BMW 등 3대 독일 자동차 기업은 중국 고급차 시장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 독일 애널리스트들의 추산에 따르면 이들 3개 기업의 중국 고급차 시장 점유율은 90%를 넘는다.

獨, 中서 4월 고급차 13.6%↑

코로나19 사태에도 고급차와 같은 ‘지위 상징적’ 제품 시장이 생필품보다 더 빨리 회복한다는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2018년 중반 이후 중국의 전체 자동차시장이 위축되던 상황에서도 고급차 판매는 꾸준히 늘어났다. 지난 수년간 고급차 부문이 확대된 건 소비자들의 자금 조달 방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대중차 브랜드는 중국 정부가 단속하려는 ‘섀도뱅킹(그림자금융)’과 보조금에 의존해왔지만 고급차는 섀도뱅킹과 상관성이 덜하다.

한 가지 불편한 사실은 BMW와 벤츠를 구입하는 부유층이 이 차를 생산하는 근로자들에 비해 코로나 사태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도 부유층에 자동차를 구입해야 할 새로운 이유로 작용했다. 중국에는 괜찮은 대중교통 시설이 있지만 사람들은 이를 이용하는 데 불안해한다. 지난주 지하철 이용자 수는 전년 대비 약 40% 감소했다.

중국의 고급차 열풍이 식을 우려는 거의 없어 보인다. 중국인들의 자동차 보유 대수는 여전히 서구에 비해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 내 자동차 판매에서 고급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5.3%에 불과하다. 2016년 9.6%에서 증가했지만 홍콩의 52%는 고사하고 대도시의 25~29%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에서의 판매 호조는 생산 단가가 높은 다임러를 제외하고 독일 자동차 업체들의 주가가 다른 자동차 기업들의 주가를 웃돌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독일車 수익의 절반 中서 챙겨

중국 시장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독일 업체들의 구세주였다. 이번 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중국 시장이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이익의 35~50%를 담당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장기 성장하는 데는 과제도 있다. 독일 기업들이 절반만 출자한 현지 합작회사의 판매 비중이 늘고 있는 것이다. BMW는 2018년 주요 합작회사 지분율을 75%로 높이는 획기적인 계약을 맺었지만 마무리 짓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독일 자동차산업은 감산에 시달려 왔다. 실질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어려운 중국 생산거점이 확대되는 동시에 독일 내 자동차 생산은 축소되는 상황이 계속될 것 같다.

그래도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 상류층에 강한 호소력을 갖고 있다. 투자자들에게도 그 어떤 기업보다 특별한 지위를 부여한다. 올해는 이런 차이가 이전보다 훨씬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스티븐 윌멋 칼럼니스트가 쓴 ‘China Keeps Germany’s Car Makers in the Fast Lane’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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