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베트남으로 가라" 내몰더니
코로나 사태 터지자 기업 유턴 압박

박동휘 하노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온탕냉탕 오가는 베트남 전략

마치 폭주 기관차 같았다. 지난해 한국은 민관 가릴 것 없이 베트남으로 향했다. 총투자액은 83억달러에 달했다. 베트남에 투자한 모든 나라 중 1위다. 베트남 기업에 조(兆) 단위 투자가 이뤄졌다는 얘기조차 더 이상 큰 뉴스가 안 될 정도였다. 신남방정책의 핵심 지역에 가겠다면 어느 누구도 제동을 걸지 않았다.

정부발(發) 신호는 분명 ‘베트남으로 가라’였다. 기업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도 앞다퉈 베트남에 사무소를 열었다. ‘베트남’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예산도 쉽게 나왔다. 눈치 빠른 여행사들은 전시산업 전문업체로 변신해 ‘수출 상담회’니 ‘진출 상담회’니 하는 것을 열어 ‘눈먼 돈’을 따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엔 신호가 180도 바뀌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해외로 가려다가 국내 투자로 생각을 바꾼 기업을 유턴 기업으로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섬유 신소재인 아라미드 공장을 베트남에 지으려다 울산으로 ‘유턴’을 검토 중인 효성이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베트남 KOTRA 무역관엔 베트남 진출 기업의 유턴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까지 꾸려졌다.

이쯤에서 의문이 나올 법하다. 해외 투자 전략이 이렇게 하루아침에 바뀌어도 되는 건가. 가뜩이나 정부 정책에 민감한 기업들은 아니나 다를까 베트남 투자를 ‘올스톱’시켰다. 이미 기업들은 코로나19가 불러온 글로벌 경제 불황의 장기화에 대비해 현금 확보에 사력을 다하고 있던 터다. 키움투자증권이 베트남 증권사 인수 계획을 중단했고, 태광실업은 공장 가동률이 40%가량 줄어들자 베트남 내 자산 매각에 나섰다. 올해 3월까지 한국의 베트남 총투자액은 7억달러로 전년 대비 46.1% 줄었다. 투자 순위도 싱가포르(45억달러) 일본(8억4000만달러) 중국(8억1000만달러)에 이어 4위로 내려앉았다.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리쇼어링(해외 투자기업의 본국 회귀)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중요한 건 시점이다. 베트남이 ‘콧대’를 낮추고 절실하게 해외 투자를 원하고 있는 와중에 정부는 기업에 한국으로 돌아오라는 ‘유턴 신호’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베트남엔 법인세 감면 등 외국 기업에 대한 특혜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하이퐁에 진출해 있는 LG전자는 그동안 면제받았던 임직원의 개인소득세 혜택이 앞으로 중단될 것이란 얘기를 들어야 했다. 베트남 정부는 첨단, 친환경산업만 가려 받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베트남도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게 됐다.

산업적인 관점에서 정부의 대(對)베트남 정책은 온탕과 냉탕을 오락가락하는 ‘샤워실의 바보’를 연상시킨다. 작년까지 베트남은 우리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하거나 정부가 원조 자금을 지원하려고 할 때조차 줄을 세웠다. 베트남 진출 과열이 빚은 촌극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이 코로나19 이후 베트남 기업들의 주식을 싼값에 사들이고 있는 건 의미심장하다. 일본은 출자 및 주식 매입을 통한 베트남 투자에서 올해 1위(3월 누계)에 올랐다. 리쇼어링을 강조하고 있지만, 동시에 해외 투자의 적기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진정으로 리쇼어링을 원한다면 노동시장 개혁 등 장기적이고 과감한 정책 대안을 내놔야 한다. 생색내기식으로 해봐야 기업들에 혼란만 줄 뿐이다.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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