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논의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주 “재정 수입 확대를 위해 증세 논의를 시작할 단계”라고 밝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증세 문제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운을 뗐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이달 초 “세입 기반 확충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증세론이 나오는 것은 정부 씀씀이가 역대 최대를 경신하는 반면 세수는 계속 줄고 있어서다. 1, 2차 추가경정예산만도 약 24조원에 달하는 데다 3차는 최대 50조원까지 이를 전망이어서 본예산을 합하면 올해 정부 지출 규모는 600조원에 육박한다.

코로나 극복을 위한 지출 확대 필요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급증한 재정 지출 중 상당 부분이 코로나와 무관한, 이른바 ‘퍼주기식 복지’로 인한 것들이다. 기초연금, 아동수당, 청년수당, 문재인 케어 등이 그런 것들이다. 정부가 제 돈인 듯, 생색을 내면서 재원은 증세로 마련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국민은 이미 적잖은 부담을 지고 있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부담액(세금·사회보험료 포함)은 1014만1000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증세 대상도 문제다. 또다시 대기업·고소득층만 겨냥할 경우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소득세나 부가가치세를 올리면 “서민 증세는 없다”던 대통령 약속을 어기는 꼴이 된다.

증세 논의에 앞서 복지와 지출 구조조정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이는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 나랏빚만 봐도 자명하다. 현재 국가채무비율은 41.4%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성장률 추계(-0.9%)를 적용하면 44%로 높아진다. 여기에 3차 추경 50조원을 전액 국채로 조달한다면 45.8%까지 치솟아 1년 새 국가채무비율이 8.7%포인트나 급등할 전망이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에서 국가채무비율 급등은 국가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재정건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정부는 “일단 쓰고 모자라면 빚 내고 세금 더 걷겠다”는 안이한 발상부터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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