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친화적 경제정책 기대에 미흡
홍콩보안법으로 안보프레임 강화
도약 위해선 '사상 해방' 필요

오승렬 < 한국외대 교수 >
[분석과 전망] 中 양회, 경제는 미봉 홍콩엔 강공

중국 베이징에선 지난 21일부터 중국 최대의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가 열리고 있다. 경제 침체에 대응한 획기적 변화를 기대하는 시선이 쏠렸다. 노선 변화에 따른 정치적 부담 없이도 2018년 시진핑 집권 2기 출범 후 사라졌던 ‘시장 친화적’ 분위기를 되살려 경제구조를 혁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중국공산당 당 중앙과 국무원 공동 명의로 ‘신시대에 사회주의시장경제체제 완성을 앞당기기 위한 의견’이라는 개혁 지향의 문건을 발표한 직후여서 변화에 대한 낙관적 기대는 더욱 컸다.

하지만 지난 22일 중국 정부의 ‘정부업무보고’와 ‘홍콩특별행정구 국가보안법 제정에 관한 결정(홍콩 보안법)’ 안건 설명을 보면 경제적 대안보다 홍콩 강경책에 무게가 실렸다. 실망한 중국과 홍콩, 대만 증시는 이날 2~5% 하락했다. 중국 정부의 업무보고에 포함된 경제 대책은 안이하다. 재정적자 규모와 특별국채 및 지방채 발행 한도를 높이고, 사회 빈곤층 대책과 방역 관련 지출을 늘리며,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확대한다는 등의 방안은 ‘원상복구’ 차원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양회 개최에 앞서 밝힌 개혁 의견은 시진핑 중심의 권력 강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리 부실에 대한 불만 여론, 국제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을 잠재우기 위한 ‘포장’에 불과했다.

경제 대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부 재정적자 확대분 1조위안(약 170조원)은 최근 경기 부진에 따른 세수 감소를 충당하는 수준이며, 특별국채 1조위안은 방역용이다. 또 지방정부의 투자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채권 발행 규모를 1조6000억위안 늘렸지만 성별로는 500억위안 남짓 돌아가는 셈이다. 채무에 시달리는 지방정부의 경기 부양 수단으로는 미흡하다. 중앙정부는 6000억위안 규모의 재정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의 적극적 재정 투자에 비해 초라하다. 더구나 최근 경기 부진으로 올해 지방 정부의 세수 증가분이 예년에 비해 약 2조5000억위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번 경기 부양 대책은 미봉책(彌縫策)에 불과하다.

중국은 농촌 토지 소유·거래제도 전환과 부동산·개인 소득세의 전면적 도입, 효율적인 도시화를 위한 지역경제와 행정 관리 영역의 획기적 통합 및 구조 변화, 자본시장의 탈(脫)관료주의와 민영화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 눈치를 보면서 각자의 이익 챙기기에 열중한다. 중앙 정치권력의 통제 아래 놓인 지역 경제는 자율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결여하고 있다. 지난 18일 공표한 시장경제 심화 방안도 구체적 일정이나 세부 추진 방안이 없다. 구속력 없는 ‘의견’이라는 문건 제목을 사용해서 비판적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제도 변화를 뺀 경제 대책의 미흡함을 ‘안보 프레임’으로 덮으려는 의도일까. 느닷없이 ‘홍콩 보안법’을 꺼내들었다. 중국은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일에 서둘러 법률 제정의 당위성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핵심은 홍콩 시위 사태 과정에서 중국 정부 방침을 궁색하게 했던 ‘일국양제’와 홍콩의 ‘고도 자치’ 부분에 국가 안보라는 족쇄를 채우겠다는 것이다.

사실 홍콩 사회를 통제하기 위한 법률을 중국 본토에서 입법한다는 자체가 일국양제 정신과 상충한다. 필요한 법률은 ‘홍콩 기본법’ 정신에 입각해 홍콩 입법기관이 제정하는 것이 맞다. ‘외세’가 중국을 전복시키려는 전략적 거점으로 홍콩을 활용하므로 ‘홍콩 보안법’이 필요하다는 강변인데, 중국이 그 정도로 취약한 나라인가. 중국 지도부가 시장경제의 상징이며 아시아의 금융 허브인 홍콩을 길들이려는 논리는 허술하다. 중국의 도약을 위해서는 ‘주먹’이 아니라 덩샤오핑이 강조했던 ‘사상(思想) 해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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