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분야 창작 장려하려면
산업 특허 같은 엄격한 관리보다
넓고 약한 저작권 방식 보호가 합당

임원선 <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 >
[기고] 저작권과 특허, 같으면서 다르다

“음악을 작곡할 때 표절 시비가 없도록 미리 유사한 것이 없는지 검색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요?” 지난해 과천과학관에서 열린 지식재산의 날 기념식 전시회에서 과학기술계 원로 한 분이 이런 제안을 했다. “그럴 필요가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됩니다.” 이 같은 대답을 내놓자 그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주제의 답은 지식재산의 종류와 그 본질적 차이를 따져보면 명료해진다. 특허나 상표 등 산업재산권에서는 남의 것을 모방하지 않았어도 비슷한 게 이미 있다면 보호받을 수 없다. 그래서 발명을 할 때는 선행기술을 먼저 탐색해야 한다. 아니면 독자적으로 발명해도 보호받지 못하거나 침해가 될 수 있다. 이를 산업재산권 보호의 ‘신규성’ 요건이라 한다. 작곡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저작권에서는 상당 부분이 똑같아도 실제로 모방하지 않았다면 침해가 아니다. 이 경우 저작권 보호도 받을 수 있다. 이를 저작권 보호의 ‘독창성’ 요건이라 한다. 그 원로분의 얘기대로 비슷한 저작물이 있는지 미리 조사하는 것은 오히려 모방을 위한 사전 행위로 의심받을 소지가 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문예학술 분야의 창작은 대체로 알게 모르게 기존 작품을 활용한 창작적 ‘덧보탬’으로 이해된다. 더구나 동시대를 살아가는 저작자들은 창작의 바탕인 문화적 자산과 삶의 배경을 공유한다. 이 때문에 저작물의 주제나 소재, 줄거리나 캐릭터 또는 경우에 따라 구체적 표현까지 유사한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이미 유사한 표현을 했다고 해서 어떤 표현이 저작권 침해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창작에 앞서 비슷한 게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데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거나, 나중에라도 혹여 침해라고 주장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창작을 진작하려는 제도가 오히려 창작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예학술 분야의 창작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좁고 강한 산업재산권 방식의 보호보다는 넓고 약한 저작권 방식의 보호가 바람직하다. 저작권법은 문예학술의 발전과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 이에 맞는 방식으로 권리를 부여해 보호하고, 저작물의 활용과 새로운 창작이 위축되지 않도록 다양한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 그 덕에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행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에도 다양한 저작물이 무리 없이 활용될 수 있었다. 이처럼 저작권 정책은 정부의 문화예술 및 문화산업정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래서 저작권법을 문화기본법이라고 한다.

저작권과 산업재산권은 지식재산권을 구성하는 두 기둥이다. 이 둘은 사회 전반에 걸쳐 창작을 진작하고 그 결과를 확산시키는 공통의 목적을 갖는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저작권은 산업재산권과 묶어 그냥 ‘지식재산권’으로 통합관리할 수 없는 특질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특허청 명칭을 저작권까지 포괄하는 ‘지식재산혁신청’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논어에서 공자는 정치의 근본을 정명(正名), 즉 이름을 바로잡는 것이라 했다. 바르지 못한 이름(不正名)과 이름이 바르지 못한 현상(名不正)은 사회 혼란의 원인이고 또 그 결과다. 이름에 맞게 실체를 바로잡아야 하고, 실체에 맞게 이름을 바로잡아야 한다. 특허청이 주장하는 ‘지식재산’을 위키피디아는 ‘산업재산’이라고 한다. 이번 명칭 논란이 혼란을 바로잡는 정명의 시작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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