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앞두고 터진 이태원사태
나의 자유만큼 남의 권리도 소중
배려는 경제적 비용도 낮춰 줘

박성완 편집국 부국장
[이슈 프리즘] 클럽 갈 자유, 학교 갈 권리

커피 한 잔을 들고 회사 앞길을 걷는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잠시 마스크를 벗는데, 뺨을 스치는 바람의 느낌이란…. “아, 정말 좋다.” 혼잣말이 절로 나온다. 다시 마스크를 끼고 건물 안으로 들어온다. 언제쯤이면 이 마스크를 훌훌 벗어던질 수 있을까 생각하며.

100일쯤 됐나, 익숙해졌을 법도 한데 마스크는 여전히 갑갑하다. 기온이 올라가니 점점 더 고역이다. 요즘은 얇은 덴털마스크가 인기라고 한다. 초기만 해도 미세입자를 94% 막아준다는 KF94 마스크가 아니면 안 되는 줄 알고 그 난리가 났었는데, 이젠 천이든 뭐든 입을 가려 비말이 튀는 것만 막아주면 괜찮다고 여긴다.

다들 이렇게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생활에 적응해 가고 있다. 비상조치들이 완화되고, 사회적 긴장도 조금씩 풀리는 분위기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한 한국뿐 아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각국도 확진자와 사망자수 급증세가 주춤해지자 봉쇄조치들을 풀기 시작했다.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경제활동 재개에 시동을 걸었다. 프랑스는 닫았던 학교 문을 열었고, 지난 3월 유럽에서 처음으로 이동제한 조치를 취했던 이탈리아도 이번 주부터 상점과 레스토랑 문을 열었다. 다음달 3일부터는 국경도 열기로 했다. 코로나가 겁나긴 하지만 당장 굶어 죽게 생겼다는 아우성들이 커졌기 때문이다.

각국 봉쇄가 풀린다고 소비와 경제가 당장 살아날지는 미지수다. 궁극적으론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느껴야 움직인다. 파이낸셜타임스에 소개된 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휴교와 상점 휴업 등 사회적 접촉을 엄격하게 통제한 덴마크와 최대한 일상생활을 유지한 스웨덴의 소비감소폭 차이가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덴마크가 이동제한을 실시한 3월 초부터 약 한 달간 카드 사용액 등을 비교해봤더니 덴마크는 작년보다 29% 줄었고, 스웨덴은 25% 감소했다. 격차가 4%포인트에 불과하다. 강제적 조치가 없어도 불안하면 활동이 위축된다.

이동제한이 풀리면 각자 알아서 조심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든다. 시민의식이 중요해진다. 한국은 이미 무관중이지만 프로야구를 개막했고, 골프대회도 열었다. 주말엔 교외로 나가는 길이 막힌다. 코로나 이전 같지는 않아도 주변 식당이나 카페에 사람들이 제법 꽉 찬다. 절반 이상 일상으로 돌아왔다. 방역당국과 의료진의 고생 덕에 바이러스를 추적·관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정부지침에 따라 ‘마스크’를 잘 챙겨 쓴 덕도 있다. 마스크 착용은 본인에게 침투할지 모르는 바이러스를 막는 목적도 있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배려 차원이 크다. 안 쓰면 눈치가 보인다. 이런 염치와 배려가 ‘방역 모범국’ 소리를 듣게 한 시민협조의 바탕이 됐다.

바이러스 앞에서 자만하지 말라는 경고일까, 이태원 클럽 감염사태가 터졌다. 지난주 예정됐던 고3 등교 개학은 20일로 1주일 연기됐다. 확진자 수가 안정되고, 신천지 집단감염 때처럼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 같진 않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4차 감염자들까지 나온 마당에 긴장을 늦출 순 없다. 국내 사례는 없지만 해외에선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연관성이 의심되는 어린이 괴질에 대한 경고도 나오고 있다. 젊은이들은 확진자가 나온 이태원과 홍대앞을 피해 다른 유흥가로 몰려간다. 만에 하나 감염돼도 완치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개의치 않는 듯하다. 젊음의 발산 욕구를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입시를 준비하는 ‘동생’들은 학업에 지장을 받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화창한 날 집안에만 머물러 있어야 한다. 경제 회복도 더뎌진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사회 전체의 스트레스지수가 올라가고 있다. 모두가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니는 ‘자유’를 위해 조금씩만 더 참고 배려해야 할 때다.

ps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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