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자동화와 연결이 일자리 만든다
기계학습이란 기법에 기반한 인공지능(AI) 시스템은 과거 데이터와 행동의 결과로부터 배운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능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사회가 지능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과거 역사와 지난 행동의 결과를 보고 배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이란 주제를 얘기할 때는 과거로부터 배우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인공지능만은 예외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우리는 때론 과거를 잘못 생각한다. 카메라의 발명과 보급이 화가들의 일자리를 없앴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현실 역사는 그렇지 않다. 초기 카메라 발명에 기여한 사람들은 화가였다. 카메라 옵스큐라를 활용해 풍경화를 그리는 수고를 덜고자 노력한 사람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였고, 은판 사진을 발명한 다게르도 오페라 무대를 그리는 화가였다.

또 화가들은 카메라가 나오자 사진사로 변신했다. 장 뤽 다발은 《사진예술의 역사》에서 이렇게 썼다. “1841년에는 노출 시간이 몇십 초로 단축됐다. 초상화로 생계를 유지하던 화가들은 이 갑작스런 경쟁자의 출현에 깜짝 놀랐다. 어떤 사람은 그림을 포기하고 다른 직업으로 전환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화가로 성장했던 초기 사진가들에게는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발터 벤야민의 1931년 논문 ‘사진의 작은 역사’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이런 발전이 급속도로 이뤄짐에 따라 1840년 이미 수많은 소형 초상화가 대다수가 직업사진가가 됐다. 그들은 처음에는 부업으로 사진을 찍었지만, 이내 사진 찍는 일에만 전념하게 됐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의 등장으로 기존의 마차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그 유명한 ‘적기조례’는 영국의 자동차산업을 황폐화한 주요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렇다고 지금 영국에 마차가 잘 남아 있는 것도 아니다. 자동차는 오히려 마부를 자동차 운전사로 변신하게 했고 수많은 새로운 직업과 산업을 발생시켰다.

2000년 SK그룹이 인터넷 기반 중고자동차 매매 플랫폼 엔카를 출범시키자 서울 마장동, 장안동의 중고차 딜러들은 서울 여의도에서 시위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중고차 딜러 대부분이 엔카를 애용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오히려 엔카는 KB차차차, 보배드림 등 후발주자와의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공인중개업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부동산 공인중개업자들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었는데 인터넷의 발전은 공인중개사에게 더 많은 수입을 가져다줬다. 잠재 구매자는 인터넷 덕분에 구매하고 싶은 부동산의 가격을 쉽게 알 수 있게 됐고, 인터넷에 의한 거래비용(특히 탐색 비용) 감소는 더 많은 거래로 이어져 공인중개업자들에게 이익이 됐다.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마찬가지다. 1970~1980년대 미국 은행산업에 ATM이 도입되기 시작했을 때 많은 은행원이 실직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실은 달랐다. 1995년에서 2010년 사이 ATM은 전체 10만 대에서 40만 대로 늘었는데, ATM의 증가로 얻어진 생산성을 바탕으로 은행들은 지점을 확대했다. 지점은 40% 증가했고, 은행산업의 고용은 2015년까지 50만 명으로 두 배 늘어났다. 필자는 최근 이런 역사적 사실과 문헌 분석을 토대로 한 논문 ‘인공지능의 정의와 인식이 정책에 미치는 영향: 비판적 검토, 문헌 분석, 역사로부터의 학습’을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 환태평양대학협회(APRU)가 지원한 국제공동연구프로젝트의 결과로 제출했다. 이런 연구는 현실 정책에 적용해야 한다.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와 인터넷에 의한 연결이 결국 일자리와 산업을 창출한다는 것을 하나의 자연적 법칙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에서 모빌리티산업 규제가 혁파돼야 하고, 원격의료와 관련한 기존의 규제 및 제도를 개혁해야 하는 이유다. 기존의 규제와 제도를 고집하고, 심지어는 새로운 제약조건을 덧씌우려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은 두려움과 역사적 사실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다. 다시 한번 명심하자. 자동화와 연결은 일자리와 산업을 만들어왔다. 인공지능도 데이터에서 배운다. 사람도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