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아마존이 두렵지 않은 이유
2022년 11월. 한 직장인이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의 무인 편의점 아마존365 오픈 카페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아마존365는 아마존이 2017년 8월 인수한 미국 슈퍼마켓 체인 홀푸드와 무인 편의점인 아마존고를 융합한 매장이다. 이곳은 마트와 편의점인 동시에 백화점, 레스토랑, 공유 사무실 등의 기능을 갖춘 장소로 진화했다. 직장인들은 이 공간에서 모든 걸 해결한다. 업무를 보고, 사람을 만나고, 커피를 마시고, 식사하고, 장을 보고, 옷을 입어보고, 택배를 찾는다.

《아마존의 미래전략 2022》란 책 서문에 등장하는 가상 시나리오다. 가까운 미래에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은 물론 오프라인 유통까지 모두 집어삼킨 ‘유통의 제왕’ 아마존을 보여준다. 미국 유통업계에선 ‘아마존당했다(Amazonized)’란 말이 나왔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100년 역사의 백화점이 줄줄이 사업을 접었다. 작년 바니스 뉴욕이 문을 닫았고, 지난달 고급 백화점 니먼마커스와 JC페니도 파산했다.

책이 내다본 미래는 가상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마존은 연 회원제인 아마존 프라임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유통 사업을 확대해 무인점포, 식료품 매장, 서점 등 다양한 형태의 오프라인 매장 약 2000개를 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한국에선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전자상거래 시장은 급성장했다. 1996년 국내 최초의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가 문을 연 이후 23년 만인 지난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연간 100조원을 훌쩍 넘겼다. 최근엔 쿠팡, 네이버쇼핑 등 신흥 강자가 위협적이다. 하지만 한국 백화점과 마트는 건재하다. JC페니처럼 파산하지도, 홀푸드처럼 인수되지도 않았다.

국내 백화점과 마트는 소비자를 관찰하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백화점들은 맛집을 들이고 체험형 매장을 확대했다. 스타필드, 파미에스테이션 등 복합 쇼핑몰은 물론 아울렛 사업에도 진출했다. 해외 백화점들이 저가를 내세운 아울렛에 밀릴 때 국내 유통사들은 아울렛 사업에 직접 뛰어들어 시너지를 냈다. 놀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해 어떻게든 소비자를 매장으로 끌어들이고 익숙하게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축적한 ‘고객 경험’을 확산시켰다.

트렌드에 맞춰 온라인 쇼핑도 강화했다. 오프라인 매장 등 기존에 보유한 경쟁력을 연계해 시너지를 낼 방안을 찾았다. 이마트의 쓱 배송은 오전에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오후에 집 앞까지 가져다준다. 기존에 보유한 전국 각지 신선식품의 대량 소싱 능력과 물류창고 등이 있어 가능한 서비스다. 쓱 배송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 속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지난달 말 출범한 롯데 온라인쇼핑 통합 채널 롯데ON(롯데온)도 마찬가지다. 앱에서 롯데백화점 상품을 주문하면 집에서 가장 가까운 세븐일레븐 점포나 롯데마트 매장에서 가져갈 수 있다.

국내 유통업계에도 최근 걱정과 두려움이 팽배하다. 코로나19 때문이다. 매출 감소는 단기적인 문제다.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바꿔놓을 소비 시장의 미래가 더 두렵다고 유통업체 임원들은 얘기한다. 하지만 답은 나와 있다. 이미 알고 있다. 아마존 창업 당시 제프 베이조스가 냅킨에 적은 사업 모델에도 있었던 핵심 가치, 소비자다.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