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부터 신청받는 긴급재난지원금의 기부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메리츠증권에 이어 최근 농협과 중소기업중앙회가 임직원들의 지원금 기부를 선언하자 다른 단체와 기업들도 눈치를 살피며 기부 동참을 검토하고 있다. 자칫 기부 대열에서 빠졌다가 ‘탐욕스런 조직’으로 매도될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부 기업의 직원들은 “결국 반(半)강제적 기부”라며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논란은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자발적 기부’를 언급하면서 가열된 측면이 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기부는 선의의 자발적 선택”이라며 “강요할 수도 없고, 강요해서도 안 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지원금 지급대상을 전 국민으로 넓히면서 자발적 기부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형편이 되는 만큼, 뜻이 있는 만큼 참여해주시길 바란다”고 기부를 독려했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공공기관과 경제단체, 주요 기업들 사이에 ‘기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아무리 ‘자발적’이란 수식어를 달더라도 기부를 독려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 애초에 소득하위 70%에게만 지급하기로 했던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주겠다고 나선 것은 4·15 총선 때 집권여당이었다. 달라고 하지도 않은 돈을 굳이 뿌리겠다고 해놓고, 형편이 되는 사람은 기부해 달라고 얘기하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다. 기부로 회수할 돈이었다면 주지 말았어야 옳다. ‘왜 국민의 양심을 시험에 들게 하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기부는 개인의 선의에 의한 자유로운 선택으로 이뤄져야 의미가 있다. 정부가 여론몰이 식으로 독려할 일이 아니다. 또 재난지원금은 기부를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소비에 쓰는 것이 오히려 내수 진작이라는 취지에 더 부합한다. 그런 점에서 공공기관 기업 등에서 임직원의 재난지원금 기부를 독려하거나, 기부 사실을 공표하는 것이 적절한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