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아무도 모르는 북한

“김정은이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잠적 37일째입니다. CNN은 정신 질환설까지 보도했습니다. 일부에선 수술 실패로 뇌사상태라고 보고 있습니다.” 2014년 10월 한 온라인 매체의 보도 내용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40여 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6년이 흐른 지금, 그때와 거의 똑같은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김정은은 ‘태양절(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에 나타나지 않는 등 보름 넘게 행적이 묘연하다. “수술 후 상태가 위중하다”는 CNN 보도가 온갖 추측을 촉발한 것까지 당시와 닮았다. 사망설, 식물인간설, 코로나 감염설 등 여러 추측이 나돈다.

“북한에 특이 동향은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나라 안팎에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김정은의 건강 상태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지만 지금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가 괜찮기를 바란다”고 모호하게 말했을 뿐이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전용으로 추정되는 열차가 원산 기차역에 정차해 있다는 점을 들어 살아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불확실하다. 북한 외교관 출신 탈북자인 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자는 “북한은 미국의 위성촬영을 역이용해 수시로 전용열차를 엉뚱한 곳에 보내기도 한다”고 했다.

전 세계가 북한 정보에 이처럼 ‘깜깜이’인 것은 정보 유출입 통제가 극심해서다. 북한 내부 정보원이나 오가는 소식통 등 ‘휴민트’를 활용해야 하지만 이 역시 많이 약화된 상태다. 북한 정보에 직접 접근하지 못하고 2~3차 자료를 통하면 정확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평양이 사재기로 뒤숭숭하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말이 나오는 것만 봐도 그렇다. 북한의 일상 파악조차 이 정도면 최고권력자 주변 정보는 말할 것도 없다. 김정일 사망도 북한 내에서는 이틀간 비밀에 부쳐졌고 북한 외무상조차 공식발표 한 시간 전까지 몰랐다는 게 태영호 씨의 증언이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 보면 현재 김정은의 건강상태를 아는 사람은 부인이나 여동생 등 최측근뿐일 가능성이 높다. 온갖 억측이 난무하는 이유다. 사실이 무엇이든, 김정은은 이래저래 골칫거리다. 무슨 변고라도 있다면 북한 급변사태를 우려해야 하고, 멀쩡하다면 또다시 핵무력을 앞세워 미사일 도발을 일삼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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