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정상이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왔다”고 천명했던 ‘판문점 선언’ 2주년이 됐다. 판문점 선언은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연내 종전 선언, 남북 간 적대행위 중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이산가족 상봉, 철도·도로 연결 추진 등을 담았다.

하지만 지금, 판문점 선언은 무색하기 짝이 없다. 북한은 그 사이 핵 능력을 대폭 증대시켰고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는커녕 툭하면 미사일을 쏘고 있다. 공동연락사무소는 사실상 폐쇄됐고 이산가족 상봉, 철도·도로 연결도 모두 중단됐다. 북한은 한국을 더 이상 대화 상대로 보지 않고 조롱거리로 삼기 일쑤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코로나 위기는 남북협력의 새 기회”라며 철도 연결, 비무장지대의 국제평화지대화, 이산가족 상봉 등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판문점 선언의 실천의지를 재차 확인한 것이다. 통일부와 국토교통부가 어제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을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남북관계는 극심한 불확실성이 지배하고 있다.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후 노골적으로 한국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게다가 김정은이 보름 넘게 공개 활동을 중단하면서 신변 이상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어느 모로 보나 북한과 교류협력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시점은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에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듯한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판문점 선언은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졌다. 김정은의 ‘비핵화 결단’은 처음부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풀려는 ‘꼼수’에 불과했다. 이는 이후 미국과의 비핵화협상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적잖은 전문가들이 이런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남북관계 개선에 목을 맨 정부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비핵화 진전 없이는 경협도 교류도 어렵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일깨워줘야 한다. 우리가 스스로를 ‘중재자’로 낮추고 ‘북한 달래기’에 매달리는 한, 북한과 대등한 협상이나 교류협력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