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경기부양책 태부족
공급 충격에 기업 부채도 심각
장기적 경제 하강에 대비해야

케네스 로고프 < 美 하버드대 교수 >
[해외논단] 150년 만의 최대 위기 초래한 코로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 온 경제 타격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대단치 않아 보일 지경이다. 요즘 세계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단기 생산 붕괴는 지난 150년간 일어난 어떤 경기 침체 상황과도 맞먹거나 그 이상일 것 같다.

각국 중앙은행과 재정당국이 경제 충격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지만 역부족인 모양새다. 선진국의 자산시장은 움츠러들고 있다. 신흥시장에서는 자본이 숨막힐 정도의 속도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경기 침체와 금융위기는 피할 수 없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이번 침체가 얼마나 심하고,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세계는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져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어떻게 종결될지 예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의학·과학적 불확실성에다 사회경제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졌다. 대중과 정책 입안자들이 앞으로 몇 주에서 몇 달 동안 어떻게 행동할지 알 수 없어서다. 물론 인류는 이번에도 위기를 이겨낼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어느 정도의 충격과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정치적 불확실성도 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정치는 마비됐다. 이를 틈타 포퓰리즘 지도자들이 득세했다. 코로나19도 이 같은 상황을 이끌 수 있다. 미국에선 코로나19 확산세를 막지 못한 리더들을 놓고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여러 단계에서 무능과 방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뉴욕주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북이탈리아 사망자 수와 맞먹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올해 4분기부터 회복세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코로나19를 다른 나라보다 빨리 겪은 중국이 경제활동 재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완전 회복은 아직도 먼 얘기다. 중국 내 고용이 다소 반등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언제 회복할지 미지수다. 더구나 중국 제조업이 완전히 반등한다고 해도 세계 경제가 회복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들의 수요가 꺾이면 중국에서 만든 제품을 사줄 곳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회복도 관건이다. 미국은 코로나19 억제에 비참하게 실패했다. 이젠 백신이 널리 보급될 때까지 경제가 정상 상태로 돌아가기는 매우 어렵게 됐다. 1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릴 수 있다. 당장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어떻게 치를지도 불투명하다. 경제가 이전의 70~80%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만도 먼 꿈처럼 보인다.

일단 시장은 미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위안을 받는 분위기다. 하지만 훨씬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 단순히 한두 개 업종에서 유발된 금융위기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랬다면 정부의 부양책이 이미 상당한 효과를 냈을 것이다.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전염병이 문제다. 1918~1920년의 독감 대유행 사태 이후 가장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세계 각국이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내놓고 있다. 전염병 위기가 해결될 때까지 경제 상황은 극도로 암울할 것이다. 코로나19가 종식돼도 기업 부채는 그대로 남는다. 글로벌 부채는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되기 전에도 기록적인 수준이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금융부문에서 전방위 대책을 내놓고 있긴 하다. 추가 조치를 취할 여력도 있다. 문제는 세계가 단순 수요 위축뿐만 아니라 대규모 공급 충격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력의 20~30%가 자가 격리에 들어간 상황에선 수요 진작도 경제 회복에 큰 도움을 주기 어렵다. 코로나19 종식을 의학적으로 예견할 수는 없지만 이에 따른 경기 침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훨씬 더 깊고 길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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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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