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아닌 안정 택한 국민
진영 이익 위한 정책
끼리끼리 정실정치 버리고
일자리·소득기회 극대화하는
열린 자유시장으로 향해야

민경국 < 강원대 명예교수·자유철학아카데미 원장 >
[다산 칼럼] 법치로 미래 열어야

4·15 총선이 여당 압승으로 끝났다. 야당의 정권 심판론·폭주 견제론은 먹히지 않았다. 국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 상황에서 ‘안정’을 택한 것으로 읽힌다. 2년의 임기를 남겨둔 문재인 정부는 어깨가 더 무겁게 됐다. 진영의 이익에 부합하며 집권 연장에 도움이 되는 정책 폭주를 되돌려 바로잡아야 하는 과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지난 3년 내내 쏟아낸 건 이념 편향의 정실국가(情實國家) 정책이었다. 마차더러 말을 끌라고 하는 식의 소득주도성장,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들을 눈물짓게 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대표적이다. 자기 진영을 지지하는 소수 노조 세력은 떠받들고, 소득을 늘리고 일자리를 낳는 기업은 각종 규제로 얽어매 압박했다. 정실 정책의 실패와 부작용으로 지난 3년간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겪은 고통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 약자·빈자일수록 거꾸로 그 고통이 더 크지 않았던가. 그런 사람들에게는 아쉽게도(?) 정치권과 연고가 없다.

지금도 진행되는 탈(脫)원전 정책은 절망적이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멀쩡한 원전기업이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원전 관련 핵심 인력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고, 덩달아 기술도 유출되고 있다. 나라 안에서는 원전을 없앤다면서 나라 밖에서는 우리 원전을 사라고 하며 다니는 건 이율배반적이지 않은가. 이뿐만이 아니다. 나라 곳간은 확 열어 표가 될 만한 곳에 풀지 않았나. 미래 세대의 빚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는데, 이제 돈 풀기는 더 본격화될 것 같아 걱정이다.

국민이 염원하는 건 법치국가(法治國家)다. 법치는 누구에게도 특혜와 차별을 주지 않고 모두에게 편익을 주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법을 기반해 통치하는 것이다. 법치만이 모두에게 일자리와 소득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슬로건 ‘모든 사람이 잘살 수 있는 국가’도 법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자유를 지키면서, 책임감이 강하고 정직한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법치와 함께 권력 분립도 필요하다. 사법부를 정부의 시녀로 만들어선 안 된다. 그런데 자기편은 봐주고 반대편은 처벌하겠다는, 그래서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억누르겠다는 목적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는 밀어붙일 작정이 아닌가. 권력을 집중시켜 ‘끼리끼리 정치’의 기반을 다지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참여연대 등의 민간단체와 결탁해 자리와 이권을 나누는 행태도 멈춰야 한다. ‘조국 사태’ 같은 비리는 자기편이라고, 국회를 장악했다고 해서 덮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해선 안 된다. 국민의 도덕적 눈높이가 그렇게 낮지는 않지 않은가.

정실정치는 생산보다 나눔과 소비가 중요하다는 그리고 규제를 통해서 항상 의도된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민속경제학적 심성을 전제한다. 반(反)시장·반기업 정서, 집단주의도 다 정실국가의 심성 중 하나다. 그런데 그런 심성은 인류가 부족·혈연으로 소규모 집단(30~150명)을 이뤄 우두머리의 지휘에 따라 수렵채집을 하면서 살던 환경에서 터득했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그런 심성은 유전자에 각인돼 당시와는 전적으로 다른 경제적 환경에서 사는 현대인의 본능에도 뿌리 깊이 자리잡게 된 것이다.

현대사회는 도시의 삶, 대중매체, 신속한 장거리 여행, 범세계적으로 확장된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열린사회다. 전대미문의 번영을 가능하게 한 건 원시적 심성의 극복과 소유 존중·자기책임·관용·정직성·일부일처제 같은 법치국가의 도덕 덕분이었다. 과거 소규모 집단이기 때문에 의도대로 효과가 나타났던 규제는 거대 사회에서는 성공은 고사하고 부작용만 야기할 뿐이다. 시장은 본능적 눈에는 두려움의 대상이고 그래서 이성의 눈에는 규제하고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열린 자유시장은 두려움의 대상도, 없애 버릴 대상도 아니라 우리가 적응해야 할 대상이다. 성장·고용·분배·의료·건강·갈등·인구 문제 등 한국 사회가 가진 모든 문제의 해법이 시장에 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두려운 건 정실정치다. 미래 세대가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사회주의’, 중국의 문화혁명 등 정실국가의 음산한 풍경을 마주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한국경제는 지난 4월 17일 ‘법치로 미래 열어야’ 제하 칼럼에서 현 정부에 대한 제언으로 “참여연대 등의 민간단체와 결탁해 자리와 이권을 나누는 행태도 멈춰야 한다”는 내용을 게재했습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정치적·재정적 독립을 원칙으로 삼아 정부지원금 없이 시민과 회원의 회비와 후원금으로 운영되며, 특정 정치세력과 결탁해 자리와 이권을 나눈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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