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이 어려운 이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단 한 번의 트위터 글로 수십 년간의 전쟁과 테러 공격,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 등이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인 원유의 가격은 지난 3일 장중 50% 가량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유가 상승 추세를 유지하는 건 그렇게 쉽지 않을지 모른다. 개장 시간이 끝날 무렵 글로벌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 가격은 다시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나기도 했지만 더 중요한 점은 그것이 시장에 별로 가치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으며 그들은 하루 약 1000만 배럴, 어쩌면 더 많이 생산량을 줄일 것”이라고 적었다. 이 수치는 이들 국가 총 생산량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OPEC이 그동안 시도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감산 규모다.

코로나로 수요 급감, 재고 넘쳐

트럼프가 트윗을 올린 직후 러시아 정부는 즉각 사우디와 대화한 사실을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생산량을 최소한이나마 줄일 태세다. 석유 수요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붕괴해 재고만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이 그동안 석유시장 안정에 협력해온 2위(사우디)와 3위(러시아) 생산국 사이의 가격 전쟁까지 초래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로 이번 전쟁의 승패를 가늠할 수는 없다.

석유시장 불안을 해결하는 방법은 캐나다 오일샌드처럼 생산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중소 생산업체들이 먼저 문을 닫는 것이다. 사우디는 심각한 손실을 입었지만 원래 석유를 매우 싸게 생산하는 나라다. 러시아 업체 대부분도 상당히 경쟁력 있다. 이들 국가 모두 기술적인 이유로 조금 감산할 지 모른다.

정작 고비용 생산자들은 계속 부담을 안고 있다. 하루 2000만 배럴의 잉여 원유는 이미 저장과 선적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씨티그룹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달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업체의 효과적인 생산 중단은 단기간엔 불가능하다. 어떤 합의에 이르더라도 현물시장에 대한 가격 인하 압력이 더 심해지고, 이를 개선하는 일도 힘들 것이다.

사우디·러 유가전쟁, 美에 부담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인 미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러시아와 사우디에 제재 완화 등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면서 단기적인 생산량 감소를 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은 투자 부족으로 파산하는 셰일 업체가 많아져 몇 주 동안 생산량이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다.

만일 위기가 지속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그토록 지지하던 미 셰일업계는 대부분 감산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어떤 셰일 유정도 수익성 없는 가격에 뚫을 수 없으며, 그로 인해 생산량이 줄면 석유 운반을 위한 미국 송유관 등의 기반시설도 붕괴될 것이다. 생산량 감소는 아마도 2014~2016년 약세장 때보다 훨씬 더 심할 것이고 회복 기간은 더 길어질 것이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스펜서 제이캅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가 ‘This Oil Rally Can’t Last’라는 제목으로 쓴 칼럼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