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코로나가 알려준 다변화와 과학의 중요성
2014년께는 전 세계적으로 ‘O2O’라는 키워드가 유행이었다. 온라인(online)에서 오프라인(offline)을 연결하고,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을 연결하며, 온·오프라인을 통합해 사업하는 것을 의미했다. 길거리에서 손을 들어 택시를 잡던 사람들은 카카오 택시 앱을 이용해 택시를 타기 시작했고, 식생활에서도 프랜차이즈 주문을 넘어 배달이 안 되던 맛집 음식까지 앉아서 먹을 수 있도록 해주는 배달 앱을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시적으로 물리적 거리두기가 규범이 된 지금, O2O를 제대로 하지 않은 기업과 개인은 후회를 하게 된다. 사업을 오프라인 중심으로 했던 이들은 매출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오프라인 교육에만 의존했던 각급 학교는 당황하고 있다. 모바일 교육, 온라인 스트리밍에 집중했던 기업들은 매출이 더 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갈 것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건 제대로 배운 게 아니다. 백신만 개발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물리적 거리두기라는 말도 잊힐 것이다. 우리가 확인해야 할 것은 ‘다변화’다. 오프라인에만 집중해서는 안 되고 채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국제관계도 마찬가지다. 미국과의 적대적 관계 때문에 중국과 특별히 더 돈독한 관계를 맺었던 이란의 국민과, 유럽에 있는 주요 7개국(G7) 회원국 중 유일하게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참여한 이탈리아의 국민은 국제관계에서 다변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을 것이다. 공급망을 중국에 의존했던 글로벌 기업들 역시 공급망 다변화의 중요성을 깨달았을 것이다.

다변화는 진리고, 위험 관리의 기본이라는 것이 이번에도 증명됐다. 조상들이 남긴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에 안주해온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은 이제 관광 의존도에서 벗어나 다변화하지 않으면 국가 경제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있을 것이다.

19세기가 유럽의 시대였다면 20세기는 미국의 시대였고,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가 아니냐는 희망찬 조짐을 보기도 한다. 유럽은 무기력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구 각국의 국민은 사재기를 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며 굴욕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반면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는 아직 건재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며 비과학적 정책 의사결정을 한 문재인 정부와, 역시 올림픽 때문에 진원지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제한을 주저한 일본 아베 신조 내각을 제외한 아시아 대부분 국가는 지혜롭게 위기를 넘기고 있다. 입국을 차단하지 않은 탓에 한국의 일선 공무원, 의료진, 시민은 고생하고 있다. 다행히 이들의 역량과 헌신, 성숙한 시민의식 덕에 초기 방역의 실패를 극복하고 있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여전히 전 세계 방역 실패 상위 10개국 안에 들어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한국은 그렇게 의료 및 일선 보건 행정 그리고 국민의 역량으로 실패를 극복하는 놀라운 회복 탄력성을 보여줬고, 세계는 음악 그룹 방탄소년단(BTS), 영화 ‘기생충’에 이어 또 한번 한국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가 유럽과 미국에 비해 비교적 잘 대처하고 있는 것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을 미리 겪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유럽은 최근 몇십 년간 전염병의 공포가 없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나타난 바이러스에 허둥지둥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 정책의 성공이 과거 경험에서 제대로 배우고 대비하는 것, 즉 학습에 크게 의존한다는 진리를 확인해준다.

한국, 미국, 일본이 초기 방역에 실패한 것은 세 나라 모두 정치 지도자들이 의학 지식에 기반해 과학적으로 의사결정을 한 게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의거한 의사결정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4·15 총선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추진, 미국은 연말 대선을 염두에 둔 주식시장 활황세 유지 그리고 일본은 7월 도쿄올림픽 개막을 최우선시한 것이 아닌가. 한·미·일 세 나라의 초기 방역 실패는 결국 국가 정책 수립 과정에서 과학적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