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은 열등하다며 제도적 차별
빨랐던 디지털 교육 혁명도 官 탓에 실패
교실서 온라인 벽 허물고 수업형태 바꿔야

이혜정 <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 >
[전문가 포럼] 한국이 온라인 교육에 우왕좌왕하는 이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불가피하게 대학부터 초·중·고교까지 온라인 교육의 문이 전면 열리게 됐다. 그러나 ‘사강(사이버 강의)’이라 불리는 대학의 온라인 수업 후기에는 온갖 불만이 쏟아지고, 공교육 현장에서도 교사의 준비 미흡, 촬영 장비 부실, 서버 부족 등 갖가지 이유로 어려움을 호소한다.

질 좋은 온라인 교육은 이미 세계적인 현상이다. 온라인으로만 운영되는 미네르바대는 하버드대보다 합격이 어려워졌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디지털기기 활용 빈도와 능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세계 최고인 한국이 유독 온라인 교육에서 우왕좌왕하는 이유는 뭘까?

첫째, 지난 20년간 정부는 온라인 수업을 교실 수업보다 열등하게 여기고, 제도적으로 차별해 왔다. 초·중·고 및 대학 모두 어떤 상황에서든 온라인 수업이 교실 수업을 전면 대체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2000년대 초반부터 온라인 전용 학교는 ‘대학’이 아니라 ‘원격대학’ 범주를 신설해 별도의 법제로 차별했다. 그러다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수업이 불가피해지자 온라인 수업도 법정 수업 시수로 인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온라인 교육을 법으로 규제해 온 한국과 달리 세계는 교실에서 온라인의 벽을 적극적으로 허물었다. 예컨대, 15년간 정원 55명에 묶여 있는 서울대와 달리, 미국 미시간대는 공대생 1800여 명 중 약 800명이 컴퓨터 전공을 택해도 허용하는데 이는 온라인 수업 덕분이다. 한 수업에 300~400명 수강이 가능한데 강의실 출석은 절반도 안 된다. 녹화 영상은 2배속으로도 볼 수 있어 학생들이 오히려 선호한다. 어차피 평가는 과목에 대한 실력 자체를 볼 뿐 교수는 교실 출석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둘째, 디지털 교육 혁명을 관(官) 주도로 추진하려다 관료주의적 행정 오판으로 실패했다. 정부는 2007년부터 디지털 교과서 사업에 착수했는데, 지금까지 이 사업은 이름만 바꿔가며 매년 예산만 쓰고 있다. 10여 년 전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초빙돼 정부의 디지털교과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조지프 크라칙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2012년 미시간대 교수 대상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매우 신속하게 디지털 교육 혁명에 착수했죠. 성공했다면 한국이 거의 전 세계를 집어삼킬 뻔했어요. 그런데 관료주의와 행정적 제한 때문에 어이없게 실패했고, 이 덕분에 다행히 이제는 미국이 세계를 선도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삼성 로고가 있는 대형 모니터에 자료를 띄워놓고 한국의 실패를 이야기하던 크라칙 교수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다양한 학습 경로 빅데이터를 분석해 온라인에서 학습 과정마다 맞춤형 피드백을 제시해주는 학습 분석이 발전하는 동안, 한국의 디지털 교과서는 이런 소프트웨어적 개발에 눈을 감았다.

셋째, 온라인 수업이 도입되면 스타 교수만 뜨고 일반 교수들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위기감도 팽배했다. 그런데 여러 연구에 의하면, 지식 전달 수업은 잘 만들어진 콘텐츠로 혼자 공부하든 교수 강의를 실시간으로 듣든 차이가 없는데,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야 하는 부분은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활발한 상호작용적 수업이 훨씬 효과적이다. 스타 교수와 굳이 경쟁하려 하지 말고 그들의 강의를 오히려 수업 교재로 적극 활용하고 실제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생각을 꺼내는 질문과 토론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면 위기감을 느낄 이유가 없다.

지난 20년간 국내 교수·교사들의 가장 큰 오해는 온라인 수업이 교실 수업보다 효과가 떨어진다는 인식이다. 냉정하게 질문해 보자. 교실 수업이 효과적이냐고 물으면 교사마다 다르다고 하지 않겠는가? 화면이라 집중이 어렵다고? 재미있고 몰입되면 몇 시간이라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게 요즘 아이들이다. 교실에 앉아 있다고 해서 다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 머릿속 엔진이 돌아가지 않는 방식으로 수업하면 교실에 앉아 있으나 화면을 보나 어차피 효과가 없다. 이번 기회에 규제를 풀고 수업 패러다임을 바꿔보자. 수업의 질은 교수와 교사가 어떻게 가르치는지가 관건이지 테크놀로지를 탓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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